[시론] 소수노조 난립 대책 시급하다
오는 7월1일로 예정돼 있는 기업 수준의 복수노조제도 도입을 앞두고 한국의 노사관계는 폭풍전야를 방불케 하고 있다. 이는 지난 1월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이 23대 한국노총 위원장으로 재선출되면서 이미 예고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노동법 전면 재개정과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를 선언했고 이에 따라 한국노총은 민노총 및 야권연대와 함께 타임오프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철폐를 내걸고 노조법 전면 재개정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경영계는 불편한 심사로 돌아가는 모양새를 지켜보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가 현재의 상황을 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국민경제적인 거시적 측면과 개별 기업 수준의 미시적 측면에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회복국면에 들어선 우리 경제에 찬물을 끼얹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우선 거시적 측면에서 현재 우리 경제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화두가 지속적인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며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노사관계의 유지가 긴요한 과제라는 점에는 이의가 없다.

이런 점에서 시행한 지 거의 1년이 경과하면서 어느 정도 안정돼 가는 타임오프제의 철폐나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의 철폐를 주장하는 것은 현장 노사관계의 안정을 뿌리째 뒤흔들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되는 현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두 가지 제도는 서둘러 입법하는 과정에서 다소 미흡한 점이 없지 않으나 글로벌 표준의 도입이나 비정상적 관행의 정상으로의 회귀라는 측면에서 유지돼야 한다.

우선 타임오프제와 관련해서는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라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수용하면서도 우리 노조의 영세한 재무 상태를 고려해 규모별로 차등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만든 제도인 만큼 노조의 독립성 유지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 할 것이다.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는 복수노조제도 도입 자체가 13년간이나 유예된 저간의 사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것이 우리 산업현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복수노조제도의 도입 또한 파급력의 크기와 상관없이 '결사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회복이라는 차원에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에 틀림없다. 다만 조직대상의 이질성 여부와 상관없이 자유로운 기업단위의 복수노조 설립이 처음으로 허용되는 만큼 단체교섭구조의 재편, 신설 노조의 난립과 기존 노조의 분화 등으로 인해 많은 분쟁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복수노조제도 도입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노동계에서 철폐를 주장하고 있는 교섭창구단일화에 그치지 않는다. 물론 현재로서는 교섭창구단일화가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지만 그 외에도 도입과정에서 발생될 수 있는 문제로 소수노조 난립으로 인한 조합원 수 산정과 이중가입 문제,사용자의 개별교섭동의와 노조의 공정대표의무 문제,교섭단위 분리 문제,과도한 교섭창구단일화 기간 등이 지적되고 있다.

교섭창구단일화의 철폐를 주장하는 노동계의 비판 논거는 복수노조제도 도입의 취지가 기본권인 결사의 자유의 보장임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만들 수 있게 해놓고 교섭창구단일화를 통해 소수노조의 목소리를 제한한다면 결사의 자유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교섭창구와 관련된 이슈를 그대로 둘 경우 2인 이상이면 노조결성이 가능한 현행 제도하에서 소수노조가 난립할 경우 예상되는 교섭구조의 문제나 교섭비용의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점을 감안해 기왕에 법개정을 논의한다면 복수노조제도 도입의 본래 취지를 살리면서 시행상의 분쟁 소지를 최대한 억제할 수 있도록 소수노조의 난립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정재훈 < 인하대 경영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