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 해법은] (1) "외부 전문가 뽑아 대학 자금운용 맡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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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등록금 경영' 이제 그만
산학협력 잘한 곳에 정부 인센티브 확대…낭비 5~10% 줄이면 등록금 2~3년 동결 가능
산학협력 잘한 곳에 정부 인센티브 확대…낭비 5~10% 줄이면 등록금 2~3년 동결 가능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 '
'반값 등록금' 문제가 사회적 논란과 갈등만 양산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립대학들은 숨겨진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매도되고,정치권은 정책의 우선 순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복지 · 선심성 구호만 떠들어댄다.
전문가들은 혼란을 부추기는 주장만 내세우기보다는 해결책과 정책 대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댈 때라고 입을 모은다. '반값 등록금'이 실현되기 위한 전제 조건과 구체적인 방안을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립대가 등록금 의존도를 낮춰 '천수답 경영'에서 벗어나려면 자구노력과 정부 지원이 효율적으로 맞물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학 낭비 · 비효율 걷어내야"
국내 대학들은 그동안 안정적인 등록금 수입에 안주해왔다. 보유 자산 중에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토지와 빌딩이 많다. 낭비와 비효율을 제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재능대 총장)은 "대학들이 낭비적이고 비효율적인 부분을 5~10%만 줄여도 2~3년 정도는 등록금을 동결할 수 있다"며 "토지 등 무수익 자산은 과감하게 처분해 유동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만들어 고등교육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학에 대한 지원을 중앙정부에만 맡겨놓을 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산업과 연계한 대학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금 운용 시스템을 갖추는 등 대학도 경영 마인드로 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빌딩 임대수익이나 예금 이자만으로는 돈을 불리기 어렵다"며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자금 운용을 맡기고 규모가 작은 대학들은 공동으로 기금을 관리 · 운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산학협력 · 수익사업 키워야"
한국경제신문이 분석한 주요 사립대 27곳의 재정 구조(2010 회계연도)를 보면 등록금 수입 70.3%,전입 및 기부 수입 20.8%,교육 외 수입 5%,교육 부대수입 3.9% 등으로 이뤄져 있다.
민철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학협력은 등록금 부담 완화와 산업현장 실습 기회 부여,졸업 후 취업 보장 등 1석 3조의 수단"이라며 "한 대학이 산학협력으로 200억원을 벌었다면 20억원을 추가로 지원해주는 방식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만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익사업에 대한 규제를 철폐해 대학들의 재정자립도를 높여야 한다"며 "기부금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여입학제는 '윈-윈' 정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진중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 다수가 싫어한다고 안 하면 장기적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대학회계는 복잡하고 명확하지 않은 부분도 있어 비리의 소지가 있다"며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지원 · 청년실업 해소가 시급"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는 50대(대학생 부양자)로 넘어가면서 자영업 종사자가 급격히 많아지고 소득이 줄어든다"며 "자영업 계층의 불안과 20대의 취업난이 응축돼 문제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단순한 재정 지원 문제로 접근할 게 아니라 각계 대표로 위원회를 만들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봉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은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전문대를 나와도 잘 살 수 있도록 대졸자와 고졸자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게 시급하다"며 "고교 과정을 1년 늘리는 대신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등 유럽 대학처럼 대학을 3년제로 바꾸면 학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