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정리해고에 반발하며 불법파업을 벌이고 있는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에 외부 노동단체원 수백명이 난입,회사 측 경비원들과 충돌해 수십명이 다쳤다.

경찰과 한진중공업에 따르면 12일 새벽 1시5분께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네트워크','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등의 소속원 400여명이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담벼락에 사다리를 댄 뒤 벽을 넘어들어가 정문을 지키던 회사 측 경비원들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수십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고 24명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외부 노동세력들은 정리해고 철회를 주장하며 6개월째 불법파업을 벌이고 있는 한진중공업 노조를 지원하기 위해 회사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중공업 파업은 지난해 12월 회사 측이 경영난으로 생산직원 400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회사 측은 직장폐쇄로 맞서며 6개월 가까이 대립하고 있다.

회사 측은 "외부 노동단체원들은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크레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동쪽 담을 넘어 회사로 진입한 뒤 정문으로 몰려가 경비직원 100여명을 쇠파이프와 방패 등으로 마구 폭행했다"고 전했다. 또 "영도조선소는 가급 국가보안목표시설로 외부인 출입이 제한되는데도 이들이 무단침입할 때 경찰이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외부 노동단체원 700여명은 '희망의 버스' 행사를 위해 지난 11일 오후 서울과 순천,전주,평택 등 전국 각지에서 출발해 12일 자정을 전후로 영도조선소에 도착했다. 이후 정리해고 철회를 주장하며 조선소 앞 8차선 도로를 완전히 점거한 채 집회를 벌여 이 일대 교통이 4시간여 동안 큰 혼잡을 빚었다.

회사 측 경비원들이 외부세력의 폭력에 밀려나면서 정문 출입이 자유로워지자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등도 공장 안으로 들어와 노조원들을 만났고 이재용 한진중공업 사장과 면담했다. 이들은 노동단체원 및 한진중공업 노조원 등 500여명과 함께 농성 크레인 앞에서 농성하다 해산했다. 자칭 소셜엔터테이너인 영화배우 김여진 씨도 이날 사다리를 타고 영도조선소 안으로 들어갔다가 경찰에 긴급 체포된 뒤 훈방 조치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한진중공업 노조의 불법파업에 따른 손실액이 158억원에 이른다며 회사 정상화를 위해선 신속한 공권력 투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시작된 노조의 불법파업으로 5월부터 일감이 완전히 끊겼고,사외 작업과 납기 지연에 따른 비용,보상금 등 손실액이 3월 말 기준 158억원에 이른다"며 "노조는 합법적인 구조조정 철회만을 요구하며 공장을 점거하고 불법투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진중공업 노조를 지원하기 위해 영도조선소를 찾은 노동단체원들이 조선소로 진입해 회사 측이 고용한 용역직원들과 충돌,직원 2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며 "한진중공업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서는 공권력을 신속하게 투입해 불법 점거농성을 해산하는 것은 물론 외부에서 불법투쟁을 지원하는 세력에도 엄정한 법집행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진중공업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4.6% 감소한 2조7559억원이었고 순손실은 517억4500만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영도조선소는 지난 2년간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다.

부산=김태현/박동휘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