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 시장이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레드오션'이 돼가고 있다. 투자자의 인기를 끌며 발행 규모는 급성장하고 있지만 업계는 마진 축소에 몸살을 앓고 있다. 수익률을 0.1%라도 올리기 위해 증권사가 헤지(위험 회피) 과정에서 오히려 더 많은 리스크(위험)를 떠안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당장 투자자 손실로 이어지진 않지만 출혈 경쟁이 심해질 경우 자본시장의 잠재적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ELS 수익률 경쟁

ELS는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데다 일반 예금보다 수익률이 높아 자산가들 사이에서 필수 투자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지난달 ELS 발행 규모는 3조8560억원을 기록했다. 이전 최대치인 2008년 6월의 3조6728억원을 뛰어넘은 것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수가 최근 박스권에 머물면서 ELS 매력이 극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장외 파생상품 겸영 인가를 가진 증권사 대부분이 ELS 발행에 뛰어들고 있다. A증권사 파생영업 담당자는 "100만원 단위로 공모가 이뤄지는 ELS 특성상 고액 자산가들이 주고객"이라며 "이들은 증권사에 대한 로열티(충성도)가 낮아 1%라도 수익률이 높은 곳을 찾아다닌다"고 전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비슷한 ELS 상품으로 수익률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높아지는 부실 위험

증권사들은 ELS 발행 후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헤지 거래를 한다. 자금의 일부로 채권을 매입해 만기 시 투자원금을 확보한 후 나머지로 주식이나 선물 · 옵션,원자재 등을 거래해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다. 헤지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증권사의 마진이 결정된다. 문제는 수익률을 맞추려다 보니 무리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B증권사 파생 트레이더는 "원금보장형 헤지를 위해 AA급 채권에 투자했다면 지금은 그보다 위험도가 높은 A0급 채권을 써야 수익률을 맞출 수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중소형사들이 공격적으로 나서는 경향이 있다"고 귀띔했다. C증권사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볼 때 '어떻게 저런 수익률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의 ELS 상품도 나오고 있다"며 "증권사들이 위험을 떠안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발행 중단 증권사도 나타나

ELS는 고객의 원금 보전을 증권사가 책임지도록 돼 있어 부실이 투자자 손실로 당장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금융위기 같은 상황에서 ELS 발행사가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진다면 투자자 피해로 연결될 수도 있다.

증권사들은 점유율 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면 발행을 멈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점 수가 적은 중소형 증권사들은 경쟁을 피해 사모 ELS 발행을 늘리고 있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24개 증권사 중 두 군데는 지난해 발행을 중단했다.

한 증권사 파생담당 임원은 "헤지 거래는 주로 트레이더의 자율적 결정에 따르기 때문에 출혈 경쟁을 막기 쉽지 않다"며 "급성장한 ELS시장을 건전하게 끌고 가려면 증권사들의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ELS

equity linked securities.주가연계증권. 개별 주식이나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장외 파생상품이다.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정해진 구간 안에서 움직일 경우 수익을 낼 수 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