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증시 흐름은 '전약후강'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초반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종료와 인플레이션 부담,상승 모멘텀 부재로 인해 글로벌 증시가 흔들리겠지만 일시적이라는 판단이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코스피지수가 단기 박스권(2000~2200포인트)에 갇힐 수 있지만 이는 추가 상승을 위한 기반이 될 전망이다.

3분기 말이나 4분기 초부터는 오름세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 부담이 완화되며 미국 경제지표가 개선되고,상반기 긴축정책에 집중한 중국은 점차 완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갈 것이란 예상이다. 독일이 그리스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유로존의 재정위기도 점차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불확실한 변수는 남아 있지만 시장은 상승 추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업종별 상승 흐름은 기존 주도주(정유 · 화학 · 자동차)에서 내수주를 거쳐 정보기술(IT)주로 이어질 전망이다. IT업종은 내년 실적개선 폭이 클 것으로 예상돼 주가수익비율(PER)의 재평가를 기대할 수 있다. 2009년과 지난해 시장을 주도했던 종목과 업종의 특징 중 하나가 고PER주였다는 점에서 하반기에는 IT업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일본 지진 반사이익

펀더멘털(내재가치) 상으로도 상반기 고전을 면치 못했던 IT업종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반도체의 경우 하반기 전 세계 모바일 시장이 성장하면서 한국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점유율이 70%에 육박하는 과점화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일본 IT업체가 공장 가동을 재개했지만 세트 메이커들이 부품 공급 다변화를 위해 한국 반도체 업체의 구매비중을 확대하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내 공급선을 주로 활용하는 후발업체의 시장점유율은 축소되고,구매선을 다변화해 놓은 국내 업체들은 일본 지진에 따른 부품조달 악화 역향을 최소화할 것이다.

모바일 서버 등 비(非)PC용 D램의 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시장 선점과 더불어 임베디드(내장형) 낸드플래시 성장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으면서 후발 업체와의 수익성과 점유율 격차를 확대하고 있는 한국 반도체 업종에 대해 '비중확대'투자의견을 유지한다.

◆디스플레이도 시장지배력 강화

디스플레이업종은 작년 7월부터 지금까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업체들이 80%대의 낮은 가동률을 유지하고,일본 대지진에 따른 LCD 소재 생산차질로 재고가 대부분 소진됐다. 5월 중국 노동절 특수,3D(3차원) TV 판매급증,PC 업체들의 선제적인 재고 확충 수요로 인해 LCD 가격은 지난달 반등하기 시작했다.

다만 LCD 패널가격의 상승폭이 30~50%에 달했던 과거와 달리 10% 초중반에 그쳐 업체의 수익성 개선 폭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그러나 3D TV,태블릿 PC와 스마트폰용 LCD,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비중이 높은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의 수익성은 대만 업체들보다 뛰어나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LCD TV 저성장 전망을 근거로 디스플레이 업종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저성장 국면에서도 한국업체들의 시장지배력은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디스플레이 업종에 대해서도 '비중확대' 전략이 타당하다는 판단이다

◆종목별 투자포인트는

삼성전자는 어닝 모멘텀과 '갤럭시S2' 효과에 투자하자.2분기 반도체 부문은 일본 지진 이후 공급 우려가 제기됐지만 PC용 D램과 비(非)PC용 D램 모두 업황이 견조하고,통신 부문 실적도 '갤럭시S2' 판매 호조로 두 자릿수의 마진이 유지되고 있어 실적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5월부터 패널재고 확충 수요가 회복되고 있어 디스플레이 부문도 2분기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갤럭시S2'는 1300만대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갤럭시S1'을 뛰어넘어 1800만~2000만대까지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대만 HTC의 시가총액이 345억달러로 핀란드 노키아(316억달러)를 넘어섰다. 142억달러에 그친 LG전자와는 두 배 넘게 차이가 난다. HTC가 미국 버라이즌에 납품하는 4세대 LTE(롱텀에볼루션 · 차세대 이동통신망) 스마트폰인 '선더볼트'가 히트를 치면서 이 회사 주가를 밀어올렸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LG전자가 HTC의 시가총액을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2008년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 모토로라를 따라잡았고,2009년에는 평면 TV시장에서는 소니를 제쳤다. 현 시점에서 HTC를 따라잡는다는 전망이 다소 허황돼 보일 수 있지만 휴대폰 부품에서 통신서비스까지 수직계열화한 LG전자가 궁극적인 승리자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LG디스플레이는 LCD TV의 저성장과 대만 LCD 업체의 경쟁력 강화로 부정적인 평가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LG디스플레이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1.2배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2분기 흑자전환이 기대되고,이후 어닝 모멘텀도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특히 3분기는 북미 신학기 수요로 애플의 아이패드용 고부가가치 LCD 패널 판매가 급속하게 증가할 전망이다. 일본 중소형 LCD 패널공장의 생산 차질로 노키아 애플 LG전자 등 글로벌 휴대폰 업체들로부터 스마트폰용 LCD 패널 주문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2분기 턴어라운드와 3분기 어닝 모멘텀 강화를 보고 투자하는 단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 shimjy32@shinh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