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국내 주식시장의 특징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간 차별화 현상이 뚜렷했다는 점이다. 지난 9일 종가 기준으로 올해 유가증권시장은 지난해 말 대비 0.1% 상승한 데 비해 코스닥시장은 7.3% 하락했다.

특히 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간 수익률 격차가 확대됐다. 올해 1~3월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간 상관계수는 +0.8로서 강한 상관관계를 유지했었다. 하지만 지난 4월 이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간 차별화가 심해졌고 양 지수 간 상관계수는 +0.2로 낮아졌다.

◆업종 간 차별화로 코스닥시장 외면

일본 대지진 이후 코스닥시장이 유가증권시장과 다른 움직임을 보인 것은 업종 간 차별화가 원인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반도체 업종의 비중은 13.6%(6월9일 기준),자동차업종 비중은 11.5%,화학업종 비중은 12.1%다. 코스닥시장에서 화학업종 비중이 4.3%,운송장비 및 부품업의 비중이 3.1%에 불과한 데 반해 IT(정보기술) 업종의 비중은 무려 44.7%에 달한다.

지난 4~5월 코스피지수는 일본 대지진에 따른 반사이익이 예상되던 화학,자동차를 포함한 운송장비업이 주도주로서 입지를 강화하면서 견고한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코스닥시장은 일본의 부품공급 차질 가능성과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회복 지연 등으로 하락세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는 코스닥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철저한 외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코스닥시장의 일평균 거래량은 3억4000만주로 2004년 12월(2억9000만주) 이후 6년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IT업종의 소외 현상은 코스닥뿐 아니라 유가증권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올해 코스피지수는 전기전자업종과 +0.2의 낮은 상관관계를 유지한 반면 화학업종과 +0.7의 매우 강한 연계성을 보였다.



◆외국인 · 개인 순매수…분위기 반전 열쇠?

하반기 코스닥시장의 분위기는 상반기보다 개선될 것이다. 우선 수급 측면에서 분위기 반전이 기대된다.

올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이 5조4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고 외국인과 국내기관은 각각 1조7000억원과 2조2000억원 이상 순매도하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에서는 국내기관만 4000억원 이상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3000억원 이상 순매수했다. 수급 여건은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얘기다.

상반기 개인과 더불어 외국인이 코스닥시장에서 순매수하고 있다는 점은 하반기 수익률 제고를 점치게 해준다.

특히 지난달 2일 코스닥 소속부제(우량기업부 · 벤처기업부 · 중견기업부 · 신성장기업부 · 투자주의 환기종목)의 도입으로 투자 환경의 투명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건전성에서 문제가 있는 기업들을 따로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묶어내고 우량기업의 판단 기준을 명확히 했다. 코스닥시장에서 개인들의 선별적인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이다.

◆IT주 반등이 코스닥 훈풍될 것

하반기 코스닥시장의 개선 가능성은 IT주에 대한 낙관적 전망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올 들어 코스닥지수와 유가증권시장의 전기전자업종지수 간 상관계수는 +0.7로 강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의 전기전자업종에 대한 전망은 하반기 코스닥시장의 향방에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IT종목의 주가,특히 유가증권시장의 전기전자업종지수는 미국 ISM제조업지수 중 신규주문지수와 거의 비슷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ISM신규주문지수는 현재 51로 기준선(50) 이하의 경기침체기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저점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ISM신규주문지수의 반등은 유가증권시장의 전기전자업종지수와 코스닥지수의 상승을 견인할 것이다.

지난해 11월부터 IT 주가는 빠르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 10월 ISM신규주문지수의 반등 확인 시점과 일치한다. 이달 ISM신규주문지수의 반등이 확인되는 시점은 다음달 초이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발표 시점 전후다. IT 주도의 '서머(여름) 랠리' 가능성이 높고,이는 IT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에도 훈풍이 돼줄 것이다.

◆생산라인 차질도 회복 국면

일본 지진 영향으로 인한 생산라인 차질 문제는 하반기에 들면서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내 IT와 자동차 등 주요 기업 이익은 3분기에 생산라인 재가동을 통해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지난 4월 이후 지속된 IT주의 부진 현상은 극복 가능하다. 결국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간 괴리는 점진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하반기 코스닥시장에서는 ISM지수의 패턴과 함께 컨센서스에 역행하는 투자전략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직 지나친 비관론이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삼성전자 이익전망의 하향 조정 또한 IT 매수시점을 앞당기는 신호라고 판단한다.

최근 낸드플래시 가격의 빠른 하락 역시 역투자전략적 관점에서 보면 IT 주도의 3분기 랠리 가능성을 높이는 증거로 판단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2009년 7월 중순의 IT 서머랠리가 시작되기 직전까지의 반도체 가격 동향과 지난해 11월 이후의 삼성전자 주가 상승랠리 직전 상황이 비슷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yunnamcho@daish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