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랩 운용 전략) 주식형 랩 '쏠림' …리스크 관리 아직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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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수익 추구' 헤지펀드처럼 운용 다변화
랩어카운트는 1970년대 중반 미국에서 자산관리계좌(managed account)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됐다. 초기에는 주식만으로 단순한 매매전략을 구사하는 매매대행과 차이가 없어 금융시장에서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하지만 1987년 주식시장이 '블랙먼데이'로 폭락하면서 계획적인 자산관리의 중요성과 전문가의 포트폴리오 구성이 중요해졌다. 1990년대 들어 랩어카운트가 기관투자자의 전통적인 위탁 매매 계약을 대체하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거래량이 아닌 예탁자산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하면서 지나친 매매건수의 문제도 해소됐다. 랩어카운트는 기관투자가 및 고액자산가의 자산관리서비스로 정착되기 시작했다.
이후 랩어카운트는 한 계좌에 주식과 채권을 비롯한 여러 자산을 편입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상품으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금융상품 외에 부동산과 원자재까지 편입하는 상품이 나타나고 있다
◆저금리 · 금융위기가 불러온 랩 호황
국내에서 랩어카운트가 활성화된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2001년에 자문형 랩어카운트(포트폴리오 추천 서비스)가 허용되고 2003년에 일임형 랩어카운트(포트폴리오 구성 및 운용까지 완전 위탁)가 도입됐지만 2005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투자자들은 예금을 통한 자산관리에 만족,활성화가 어려웠다. 은행 금리가 높은만큼 굳이 복잡한 금융상품에 가입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경제가 발전하면서 금리가 낮아진데다 고령화에 조기퇴직까지 겹치면서 보다 높은 수익을 가져다 주는 주식형 펀드와 랩어카운트로 관심과 자금이 이동하게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투자자들은 펀드 투자에 대한 위험을 절감하게 됐다. 단일 상품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많은 투자 손실을 입은 것이다. 특히 고액자산가들은 위험자산에 투자하면서도 체계적으로 그 위험을 제어 · 관리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랩어카운트가 본격적으로 부상하게 된 계기다.
이에 따라 2009년 3월 13조원이던 랩어카운트 자산은 올해 3월 말 현재 44조원으로 급증했다. 주식형 펀드의 수익 부진에 실망을 느낀 투자자들이 랩시장으로 대거 이동한데 따른 결과다. 하지만 단기간에 시장이 성장하면서 미국과 달리 주식형이 전체 랩잔고의 65%를 차지하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자문연계형이 71%로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위험관리 미흡한 랩 투자
펀드가 간접투자로 분류되는데 비해 랩어카운트는 간접투자와 직접투자가 혼합한 형태다. 펀드는 자금 운용에 대한 투자자의 참여가 불가능한 반면 랩어카운트는 계좌별로 투자자가 맞춤형 운용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국내 주식형 랩어카운트에서는 고객에 따른 차별화가 거의 되지 않고 있다. 운용스타일도 자문사에 따라 들쭉날쭉하며 어떤 지수나 업종의 수익률을 추종하는지도 모호하다. 투자자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가 잘 안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소액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랩어카운트는 투자자 개개인의 재무상황과 투자목표를 반영하지 못한 채 동일하게 펀드와 다름 없이 집단 운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식형 랩어카운트에 대한 투자는 운용만 투자자문사가 할 뿐,주식 직접투자와 비슷한 위험성을 내포하게 된다. 주식시장이 급변하면 투자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투자자들은 다양한 전략 및 자산을 기초로 랩어카운트를 구성하거나,자산배분형랩 투자와 같은 다양한 시도로 위험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헤지펀드와 접목으로 다양성 확대
폭발적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내 랩어카운트 서비스는 투자대상과 운용전략이 단순하고,위험관리기법이 정교하지 못한 실정이다. 주식형랩 편중으로 랩어카운트의 수익이 주식시장 전체의 등락에 크게 좌우되는 구조다.
따라서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헤지할 수 있는 다양한 운용전략 간의 결합이나 포트폴리오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점차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다양한 랩 상품과 투자전략을 하나의 계좌에서 이용할 수 있는 랩어카운트 서비스가 시작되고 있다. 투자대상도 국내 주식 일변도에서 해외 주식투자,대안투자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대상과 투자기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랩어카운트가 시장 변동과 무관하게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와 결합하면 그 영향력은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즉 지난 수년간 투자시장을 이끌었던 펀드가 지금의 랩어카운트로 발전했다면,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랩어카운트는 미래의 헤지펀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다.
마침 금융당국이 한국형 헤지펀드를 연내 도입하기 위한 법적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랩어카운트 운용전략 다변화의 일환으로 한국형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날이 멀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체계적인 분석기법을 활용한 포트폴리오 위험관리도 투자전략 못지않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포트폴리오의 일종인 랩어카운트가 처음에 표방했던 전략대로 잘 운용되고 있는지,랩 포트폴리오의 스타일이 투자자의 위험성향이나 시장흐름과 부합되는지 여부를 분석해 랩어카운트에 대한 위험관리를 할 때 투자의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
투자자들은 금융위기 이후 불고 있는 랩어카운트에 대한 열풍이 또 다른 버블이나 잠재된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 아닌가에 하는 불안감이 있다. 그러나 랩어카운트의 시대는 이제 막 첫걸음을 시작한 상황이다. 어떠한 투자에서도 있을 수밖에 없는 위험요인에 집착해 랩어카운트로 이어지는 새로운 투자 트렌드와 시장의 장기적인 변화를 외면하는 실수 또한 하지 말아야겠다.
김은수 우리투자증권 상품전략본부장 eskim@wooriwm.com
하지만 1987년 주식시장이 '블랙먼데이'로 폭락하면서 계획적인 자산관리의 중요성과 전문가의 포트폴리오 구성이 중요해졌다. 1990년대 들어 랩어카운트가 기관투자자의 전통적인 위탁 매매 계약을 대체하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거래량이 아닌 예탁자산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하면서 지나친 매매건수의 문제도 해소됐다. 랩어카운트는 기관투자가 및 고액자산가의 자산관리서비스로 정착되기 시작했다.
이후 랩어카운트는 한 계좌에 주식과 채권을 비롯한 여러 자산을 편입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상품으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금융상품 외에 부동산과 원자재까지 편입하는 상품이 나타나고 있다
◆저금리 · 금융위기가 불러온 랩 호황
국내에서 랩어카운트가 활성화된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2001년에 자문형 랩어카운트(포트폴리오 추천 서비스)가 허용되고 2003년에 일임형 랩어카운트(포트폴리오 구성 및 운용까지 완전 위탁)가 도입됐지만 2005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투자자들은 예금을 통한 자산관리에 만족,활성화가 어려웠다. 은행 금리가 높은만큼 굳이 복잡한 금융상품에 가입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경제가 발전하면서 금리가 낮아진데다 고령화에 조기퇴직까지 겹치면서 보다 높은 수익을 가져다 주는 주식형 펀드와 랩어카운트로 관심과 자금이 이동하게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투자자들은 펀드 투자에 대한 위험을 절감하게 됐다. 단일 상품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많은 투자 손실을 입은 것이다. 특히 고액자산가들은 위험자산에 투자하면서도 체계적으로 그 위험을 제어 · 관리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랩어카운트가 본격적으로 부상하게 된 계기다.
이에 따라 2009년 3월 13조원이던 랩어카운트 자산은 올해 3월 말 현재 44조원으로 급증했다. 주식형 펀드의 수익 부진에 실망을 느낀 투자자들이 랩시장으로 대거 이동한데 따른 결과다. 하지만 단기간에 시장이 성장하면서 미국과 달리 주식형이 전체 랩잔고의 65%를 차지하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자문연계형이 71%로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위험관리 미흡한 랩 투자
펀드가 간접투자로 분류되는데 비해 랩어카운트는 간접투자와 직접투자가 혼합한 형태다. 펀드는 자금 운용에 대한 투자자의 참여가 불가능한 반면 랩어카운트는 계좌별로 투자자가 맞춤형 운용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국내 주식형 랩어카운트에서는 고객에 따른 차별화가 거의 되지 않고 있다. 운용스타일도 자문사에 따라 들쭉날쭉하며 어떤 지수나 업종의 수익률을 추종하는지도 모호하다. 투자자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가 잘 안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소액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랩어카운트는 투자자 개개인의 재무상황과 투자목표를 반영하지 못한 채 동일하게 펀드와 다름 없이 집단 운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식형 랩어카운트에 대한 투자는 운용만 투자자문사가 할 뿐,주식 직접투자와 비슷한 위험성을 내포하게 된다. 주식시장이 급변하면 투자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투자자들은 다양한 전략 및 자산을 기초로 랩어카운트를 구성하거나,자산배분형랩 투자와 같은 다양한 시도로 위험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헤지펀드와 접목으로 다양성 확대
폭발적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내 랩어카운트 서비스는 투자대상과 운용전략이 단순하고,위험관리기법이 정교하지 못한 실정이다. 주식형랩 편중으로 랩어카운트의 수익이 주식시장 전체의 등락에 크게 좌우되는 구조다.
따라서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헤지할 수 있는 다양한 운용전략 간의 결합이나 포트폴리오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점차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다양한 랩 상품과 투자전략을 하나의 계좌에서 이용할 수 있는 랩어카운트 서비스가 시작되고 있다. 투자대상도 국내 주식 일변도에서 해외 주식투자,대안투자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대상과 투자기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랩어카운트가 시장 변동과 무관하게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와 결합하면 그 영향력은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즉 지난 수년간 투자시장을 이끌었던 펀드가 지금의 랩어카운트로 발전했다면,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랩어카운트는 미래의 헤지펀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다.
마침 금융당국이 한국형 헤지펀드를 연내 도입하기 위한 법적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랩어카운트 운용전략 다변화의 일환으로 한국형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날이 멀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체계적인 분석기법을 활용한 포트폴리오 위험관리도 투자전략 못지않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포트폴리오의 일종인 랩어카운트가 처음에 표방했던 전략대로 잘 운용되고 있는지,랩 포트폴리오의 스타일이 투자자의 위험성향이나 시장흐름과 부합되는지 여부를 분석해 랩어카운트에 대한 위험관리를 할 때 투자의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
투자자들은 금융위기 이후 불고 있는 랩어카운트에 대한 열풍이 또 다른 버블이나 잠재된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 아닌가에 하는 불안감이 있다. 그러나 랩어카운트의 시대는 이제 막 첫걸음을 시작한 상황이다. 어떠한 투자에서도 있을 수밖에 없는 위험요인에 집착해 랩어카운트로 이어지는 새로운 투자 트렌드와 시장의 장기적인 변화를 외면하는 실수 또한 하지 말아야겠다.
김은수 우리투자증권 상품전략본부장 eskim@wooriw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