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조정폭이 예상외로 깊어지는 모습을 보이며 투자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늦어지는 미국의 경기 회복과 다시 살아난 유럽의 재정 우려로 코스피지수는 올 4월 고점 대비 150포인트가량 하락하며 증권사들의 장밋빛 전망을 무색케 하고 있다.

올 하반기 역시 미국의 추가 경기부양 여부 및 신흥국의 높은 인플레이션 문제 등 경기 향방을 결정지을 만한 민감한 현안들이 산재해 어느 때보다 투자상품 선택에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

◆안정성을 원한다면 절대수익형 펀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며 작년부터 불기 시작한 자문형랩 열풍은 다소 주춤하고 있다. 주요 증권사의 자문형랩 잔액은 지난해 10월 이후 올해 1월까지 월 평균 1조3000억원씩 늘어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줬지만,이후 3개월 동안 월 평균 유입액은 4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면 자문형랩에서 이탈한 자금들은 작은 변동성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절대수익형 펀드와 포트폴리오 상품으로 발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절대수익형 펀드는 시장 등락과 상관없이 '채권금리+α'의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으로 최근 안정적인 투자를 원하는 거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불확실성이 클 것으로 보이는 하반기에는 적극적인 수익 추구보다 위험관리가 중요할 전망인 만큼 절대수익형 펀드가 자문형랩에 이은 또 다른 테마 상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절대수익형 펀드는 상승 가능성이 높은 주식을 매수하고, 하락 가능성이 높은 주식을 차입해 매도하는 롱-쇼트(Long-Short) 전략을 이용하거나,채권에 대부분의 자산을 투자하고 공모주 투자를 통해 추가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시장 등락과 상관없이 예금금리보다 20~30%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운용하므로 최근과 같은 조정장에서 특히 인기가 많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6월9일 현재 설정액 100억원 이상 절대수익형 펀드는 국내에 총 23개가 설정돼 있으며,자산 규모는 9900억원에 이른다. 절대수익형 펀드 중 설정액이 가장 많은 '푸르덴셜스마트알파펀드(채권혼합)'의 경우 최근 6개월간 설정액이 15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이 상품은 주식 매수와 동시에 지수선물을 매도하는 전략과 롱-쇼트 전략 등을 이용해 연초 이후 코스피지수를 앞서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헤지펀드에도 관심을

절대수익 전략을 추구하는 상품 중 시장의 화두는 단연 헤지펀드(Hedge Fund)다. 최근 정부가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 의지를 밝히면서 자문형랩의 대안 상품으로 헤지펀드가 급부상하고 있다. 거액 자산가들을 위한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헤지펀드는 국제증권이나 외환시장에 투자해 단기 이익을 노리는 공격적인 상품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헤지펀드는 어원인 '헤지'가 '위험 분산 · 회피'라는 뜻인 것처럼 시장 등락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수의 전문 투자자나 거액 자산가로부터 사적으로 자금을 모아 운용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전략이 매우 다양하다. 전 세계 헤지펀드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글로벌 CTA(commodity trading advisory) 전략의 경우 공매도를 통해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거둘 수 있고 다양한 선물 투자로 유동성과 투명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어 국내 많은 헤지펀드들이 병행해 사용하고 있다.

다만 헤지펀드는 최소 가입 금액과 수수료가 높다는 것이 단점으로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문턱이 높게 느껴질 수 있다.

◆분산 투자는 포트폴리오 상품으로

변동성 장세의 위험 관리는 물론 자신의 투자성향에 따른 맞춤형 자산관리를 더하고 싶은 투자자는 최근 속속 등장하고 있는 증권사의 포트폴리오 상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소개한 헤지펀드 및 절대수익형 펀드들이 채권 투자와 다양한 전략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면 포트폴리오 상품은 상관관계가 다른 여러 가지 자산들에 대한 분산 투자를 통해 변동성을 낮추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자산 배분 비율에 따라 고객의 위험 성향에 맞는 상품 구성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포트폴리오 상품 투자시 장점은 크게 3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 운용의 전문성이다. 일반 투자자은 날로 복잡해지는 시장에서 모든 자산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시장의 흐름을 전문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운용매니저를 통하면 수익성 높은 자산에 한발 앞선 투자가 가능하다.

자산 배분을 통해 수익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준다는 것 또한 커다란 장점이다. 소수의 상품에 자산을 집중시킬 경우 예상치 못한 시장 흐름에 따라 수익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장기 투자에서 분산 투자의 중요성은 이미 역사를 통해 경험된 바다. 포트폴리오 투자는 여러 상관관계를 가진 자산에 골고루 투자해 개별 자산의 위험을 분산시킴으로써 투자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준다.

투자의 편리성도 빼놓을 수 없다. 투자자는 증권사와 랩이나 신탁계약을 체결해 전문 운용매니저에게 자산의 관리를 일임하면 된다.

최근에는 투자자 요구를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포트폴리오 상품도 나오고 있다. 월 지급식 상품이 대표적이다. 이들 상품은 다양한 자산에 대한 분산 투자를 통해 수익 변동성을 낮추는 동시에 매월 일정한 현금을 투자자에게 지급함으로써 은퇴자의 풍요로운 노후 대비 상품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올 하반기는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기의 정상화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과 추가 양적완화 정책 실시 여부,유럽 재정위기와 관련한 문제는 하반기에도 끊임없이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장에서는 적극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것보다 위험 관리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방법이다.


김희주 대우증권 상품개발부 이사 heejoo.kim@dwse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