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스트블뤼테(Angstblute)란 단어가 있다. 독일어 앙스트(Angst · 불안)와 블뤼테(Blute · 개화)의 합성어로 생물학적 용어다. 전나무가 환경이 열악해져 생명이 위태로워지면 죽기 바로 전에 유난히 화려하고 풍성하게 꽃을 피우는 현상을 의미한다. 불안의 꽃이라 번역된다. 막걸리가 100년 전 일제에 의한 우리 술 말살 정책 등을 버텨오면서 최근 들어 열풍으로 만개하는 모습이 '혹여 앙스트블뤼테가 되지 않을까'라는 불안한 생각이 든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국 700여개 양조장에서 2000여종의 막걸리가 생산되고 있다. 기업형으로 막걸리를 만드는 곳이 있는가 하면 가내수공업 형태로 소량을 생산하는 막걸리 양조장도 있다. 그나마 규모가 있는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연구 · 개발(R&D)은커녕 품질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영세 업체가 대부분이다. 이런 막걸리가 지금의 유행으로 만족해 '트렌드'로 끝날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우리 술 막걸리의 도약의 발판이 되기 위해서는 막걸리 시장을 대승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먼저 막걸리 내수시장의 확대와 세계화를 위해서는 식품관련 대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도 바람직하다. 시장을 확장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이를 통해 막걸리에 대한 마케팅과 브랜딩적인 접근을 도입하고 체계적인 연구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거대 자본의 독과점식 영업으로 영세기업이 고사할 위험성도 있지만,작은 기업은 그들만이 가능한 수제의 특화된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면 된다. 대량 소비시장과 특화된 고급 시장이 상호 협력 · 보완하면서 시장을 형성해 나간다면 훨씬 이른 시일 내에 경쟁력을 갖춘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다.

정부의 막걸리 지원정책도,중소 영세 업체의 진흥책도 필요하다. 하지만 막걸리의 내수시장 확대와 세계화를 위해 각 주류업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 또한 반드시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원료로 좋은 막걸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해도 막걸리를 제대로 유통하지 못한다면 제한된 지역에서 즐길 수밖에 없어 그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제대로 된 좋은 막걸리를 찾아내고 국내나 해외에 냉장유통 등을 통해 막걸리를 전문으로 유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기업도 있어서 작고 영세한 업체의 막걸리의 약점을 보완하는 시스템도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더불어 한식의 세계화를 통해 우리 음식과 함께 막걸리가 우리의 문화로 세계에 알려져야 할 것이다. 그래서 김치,불고기,비빔밥처럼 막걸리도 한국인이 즐기는 식문화로 해외에 있는 한식당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막걸리가 한식을 즐기는 또 하나의 맛과 문화로 인식돼야 진정한 한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막걸리 열풍이 '앙스트블뤼테'가 되지 않기 위해 좀 더 넓고 깊게 생각하고 판단해야 할 때다.

배중호 < 국순당 사장 jungho@ksd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