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립대학교총장협의회 회장인 박철 한국외대 총장이 "정부가 재정지원을 해주면 등록금을 10% 정도 인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교육법에는 사립대가 등록금의 10%를 장학금으로 주도록 돼 있는데 이 돈을 정부가 대신 대주면 당장 등록금을 10% 낮출 수 있다는 논리다. 이렇게 되면 사립대는 나가는 돈과 들어오는 돈이 달라질 게 없는 것이어서 자구노력 같은 것은 전혀 할 필요가 없게 된다. 사립대들이 너무나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정부지원 없이는 등록금을 못 내리겠다는, 속된 말로 버티기 전략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사립대들은 그동안 대학의 질을 높인다는 이유로 등록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제는 그게 여의치 않게 되자 정부재정 지원을 늘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 정부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은 어느 정도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정부 지원 요청이 지금 사립대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는 전혀 아니다. 대학 진학률이 세계 최고이고 수준 미달 대학들이 수두룩한 데서 오는 통계적 착시는 둘째치더라도 그 어느 선진국에서도 교육이 부실하고, 정원도 못채우고, 등록금으로 겨우 운영되는 그런 사립대를 지원하지는 않는다. 부실대학이 넘쳐나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재정 지원이 오히려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것은 볼을 보듯 뻔하다. 사립대들의 과감한 구조조정과 자구노력이 우선이다. 교육수준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면 지금보다 더 높은 등록금을 받는다고 해도 결코 논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정부 재정에만 의존한다면 사립대로서 존재할 이유가 없다. 차라리 국립대와 통합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