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는 제품 중심의 혁신만을 생각해 왔다. 이젠 서비스 중심의 혁신을 시작해야 한다. "

경영정보시스템(MIS) 분야의 석학으로 꼽히는 프레드 데이비스 미국 아칸소대 석좌교수는 한국경영정보학회 주최로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정보기술(IT)을 통한 서비스 경영과 혁신'이란 주제의 국제학술대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상품과 서비스를 대할 때 인간의 뇌가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의문에서부터 탐구를 시작해야 한다"며 "애플 같은 기업이 소비자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던 것도 이 같은 근본적 질문에서 출발한 덕분" 이라고 설명했다.

데이비스 교수는 또 "모든 서비스는 인간의 요구를 만족시키고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람이 언제 기술을 수용하고 왜 수용하는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뉴로사이언스(두뇌과학)'의 연구를 제안했다. 인간의 뇌 속 세포들이 어떠한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근본적 배경부터 파고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데이비스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서비스가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기업 경영에 서비스 시스템의 혁신은 중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한 이날 학술대회에는 김희집 액센츄어 아시아 · 태평양 에너지 담당 대표도 참석,'에너지와 유틸리티 산업의 디지털 컨버전스(융합)'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김 대표는 "조선 철강 자동차 화학 등 전통산업과 IT의 융합이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며 "엑슨모빌 로열더치셸 등 해외 에너지 기업들은 경영 시스템에 IT를 접목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예컨대 철강,조선 등 전통산업에서는 공장을 짓거나 설비를 구축할 때 이른바 '디지털 플랜트(공장) 엔지니어링'이라고 불리는 IT 시스템을 활용한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공장 근로자들을 교육할 때도 3차원(3D)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상으로 근무 환경을 체험해 볼 수 있게 만들고 있다"며 "IT는 건설뿐 아니라 정비,안전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IT 시스템을 활용한 지능형 전력망인 '스마트 그리드'의 확대된 개념인 '스마트 파이프라인(송유관)'이란 개념도 소개했다. 김 대표는 "글로벌 정유회사들은 세계 각지에 퍼져 있는 송유관의 정보를 지도상에서 즉각 확인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며 "IT의 융합으로 파이프라인,시추선 등도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상직 지식경제부 제1차관은 "모바일 빅뱅과 소셜 미디어 확산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스마트 혁명을 겪고 있다"며 "IT가 기업 경영에 매우 중요해지고 있고 기업들은 IT를 통한 개방적 파트너십을 통해 동반 성장을 이뤄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내외 관련 전문가 30여명을 비롯해 업계,학회,정부기관 등에서 200여명이 참석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