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그는 남성 간호사다. 우여곡절 끝에 팸과 결혼,딸 아들을 낳고 성실하게 살아가지만 장인 잭에겐 여전히 성에 안차는 사위다. 잭은 그러나 잘나가는 의사여서 좋아하던 큰사위가 바람을 피우고 딸과 이혼하자 하는 수 없이 그레그에게 가문의 수장 자리를 제안한다.

장인의 신망을 얻게 됐다고 뿌듯해 하던 것도 잠시,그레그는 발기부전치료제 홍보를 권하는 제약회사 여성 영업사원 앤디를 만나다 장인의 눈에 띈다. 안그래도 마음에 안들던 사위가 외도까지 한다고 오해한 장인은 딸을 이혼시키고 재력가 케빈과 재혼시키려 애쓴다.

누가 둘째 사위의 직업을 물을 때마다 간호사라는 대답 대신'대형 종합병원의 간호 업무 총책'이라고 둘러대던 잭은 응급 상황에서 그레그의 정성어린 처치를 받은 뒤 그의 직업과 진심을 함께 받아들인다. 영화 '미트 페어런츠 3'(감독 폴 웨이츠)은 시종일관 관객을 웃기는 한편으로 성별(性別) 직업에 대한 일반의 편견 내지 허위의식을 꼬집는다.

간호사는 힘든 직업이다. 한국에선 더하다. 820 병상 규모의 국내 사립대병원 간호직은 646명인데 비슷한 규모(909 병상)의 미국 LA 민간병원 간호직은 2956명이란 게 현실이다. 2010년 말 현재 국내 병상과 장비는 OECD 평균보다 30~50% 많지만 간호사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근무 시간당 10명에서 최고 50명까지 돌본다고 한다. 일본 7명,미국 4~5명의 2~10배다. 한국 간호사는'백의의 천사'가 아니라'백의의 전사'란 말이 나온 배경이다. 야간 근무를 월 7~10회씩 해야 하니 평균 근속연수가 5년을 넘지 못한다는 마당이다. 간호사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잠깐만요"란 보고도 있다.

국군간호사관학교가 내년부터 남자 생도를 모집한다는 소식이다. 군은 또 남성의 경우 간호대학 졸업 후 '특수사관 후보생' 시험에 합격해야 간호장교가 될 수 있던 제도를 바꿔 간호대학만 나오면 장교로 임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한다.

현재 전체의 3%라는 남성 간호장교가 늘면 정신과나 비뇨기과 환자들이 도움을 요청하기 쉬워질지 모른다. 일반 병원도 마찬가지다. 남성 환자에겐 여성 간호사와 의논하기 힘든 고충이 있다는 까닭이다. 고령화사회로 갈수록 간호사의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남성 간호장교 증가가 의료인력 구조에 미칠 변화가 궁금하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