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 해법은] (2) "부실 사립대 최소 100곳 과감히 퇴출시켜야"
'241개→345개','142만명→294만명'.1990년과 2010년을 비교한 대학(전문대 · 4년제 · 산업대 포함)과 학생 수다. 대학은 104개(43.2%),학생 수는 두 배 이상 늘었다. 4년제 일반대학은 1990년 107개에서 2010년 179개로 10년 만에 72개(67.3%) 증가했다. 최소 기준만 맞추면 설립을 허용하는 '대학설립 준칙주의'가 1996년 도입되면서 대학이 우후죽순 격으로 많아졌다. 학생 모집에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대학 설립은 '망하지 않는 장사'로 여겨졌고,돈있는 사람들이 앞다퉈 '투자'에 뛰어들었다.

'반값 등록금' 논란이 불거진 것도 대학과 학생 수가 많아진 것과 무관치 않다. 수가 급증하다보니 대학생들이 내는 등록금 총액이 14조4481억원(사립대 12조7091억원,국립대 1조7390억원)에 달한다. 대학이 늘어나면서 1980년 27.2%였던 대학 진학률은 1990년 33.2%,2000년 68%,2010년 79.0%로 높아졌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대학 정원이 지원자 수보다 많아지고,2020년에는 뽑을 학생이 12만7000여명 모자라게 된다.

◆"부실대학 퇴출 특단 대책 필요"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의 필수 선행 조건으로 부실 사립대 구조조정을 꼽았다.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재능대 총장)은 13일 "대학 수를 최소한 100개가량은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 등이 퇴출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대학 통폐합을 통해 현재 340여개인 대학 수를 250개 정도로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올해 정원을 못 채운 77곳을 구조조정하고 지역 유사 대학을 통폐합해 100개가량 청산하면 등록금을 2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두희 아시아 · 태평양국제교육협회장(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은 "등록금 의존율이 90%에 육박하는 학교들은 자생력이 없다"며 "세금으로 살리는 것은 국가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류지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부실 사립대는 시간이 가면 구조조정이 될 수밖에 없지만 그냥 놔둘 수는 없다"며 "통폐합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 국립대가 부실 사립대 인수해야"

전문가들은 부실 사학 구조조정 방법으로 지방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론을 제시했다. 이기우 회장은 "각 지자체 산하의 개발공사 등 지방 공기업이 폐쇄되는 대학의 땅과 시설을 인수한 뒤 재개발하도록 하면 정부 예산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역의 국립대가 인근 부실 사립대를 인수 · 합병(M&A)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지방 국립대와 통폐합시킨 뒤 지역 산업 인력 수요와 연계해 알짜배기 교육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세연 한나라당 의원은 "기간과 기준을 당사자 간 합의로 정한 뒤 충족시키지 못하는 곳을 순차적으로 퇴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실 대학 퇴출을 촉진하기 위해 사학 법인을 해산할 때 설립자에게 대학 재산의 일부분을 가져가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대부분 찬성했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사립대 법인이 해산하면 잔여 재산을 다른 학교법인에 넘기거나 국가에 귀속시키도록 하고 있다.

이기우 회장은 "야당 일부에서 반대하고 있지만 그런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설립자들이 대학에서 손을 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도 "사학 주인들이 돈을 조금 챙겨 나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동의했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안국신 중앙대 총장은 "회계 분야에서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털고 갔듯이 한계 대학이 스스로 문을 닫을 수 있도록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