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인재 키우는 양준혁…재테크는 '전복 양식'
"루이비통이나 샤넬 등 명품은 오래돼서가 아니라 꾸준히 신상품을 내놓아 명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도 선수시절 타격 폼의 변화를 끊임없이 추구했지요. 사회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년 신상품을 낸다는 마음으로 노력하겠습니다. "

지난해 9월19일 화려한 은퇴식 이후 야구해설자(SBS해설위원),강사,방송인으로 현역 시절보다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양준혁 씨(42 · 사진)를 13일 서울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서 만났다. 그가 내민 명함에는 '양준혁야구재단 이사장'이라는 직함이 박혀 있었다. 이날 출범한 야구재단은 양 씨가 선수생활 은퇴 후 내놓은 첫 번째 '신상품'인 셈이다.

"야구는 번트가 필요할 때가 있고 사사구를 골라야 할 때도 있습니다. 팀을 위해 개인적인 욕심을 접어야 하는 것이죠.야구재단은 단순한 야구선수가 아니라 팀을 생각할 줄 아는 인재를 기르는 교육사업입니다. "

양준혁야구재단은 야구캠프,방과후 야구교실 등도 운영하면서 조만간 중학생 야구단을 창단할 계획이다. 현역선수들이 안타나 홈런을 칠 때마다 마련한 기금으로 야구단을 운영할 계획이다. 삼성 박한이,조인성 선수 등 이미 10여명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얼마 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께서 사내에 모럴해저드와 부패를 지적한 걸 봤습니다. 무조건 상대를 이기려는 승부욕만 있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양준혁야구재단을 거쳐간 학생들 중에서 정치인,교수,사업가 등 인성을 갖춘 오피니언 리더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하늘로 방망이를 내던지는 듯한 '만세 타법',볼을 치고 마치 1루까지만 달리고 경기를 끝낼 기세로 '사력(死力)'을 다해 달리는 전력질주 모습은 현역 시절 양준혁 선수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만세 타법을 개발한 배경을 물었다.

"2002년이었죠.8년 연속 3할대였던 타율이 2할대로 떨어졌습니다. 이러다 정말 은퇴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같은 게 밀려왔습니다. 현재의 몸 상태를 인정하고 새로운 타법을 찾아나섰죠.공이 수박만 하게 보이던 20대 때 타격폼을 찍은 사진에서 만세 타법을 봤습니다. 밤낮 연습해 만세 타법을 완성했죠."

이러한 노력 결과 18년 현역 시절 동안 프로야구 사상 통산 타격 8개 부문(최다 홈런,최다 안타,최다 2루타,최다 루타,최다 타점,통산 사사구,통산 타수,통산 득점) 1위를 기록했다. 그는 가장 의미 있는 기록으로 '사사구 1380개'를 꼽았다. 의외였다. "치고 싶은 욕심을 참는 '사사구'는 팀을 위한 희생이자 결국 승리의 밑거름"이라고 설명했다.

미혼인 그는 결혼계획에 대해 묻자 고개를 돌리며 손사래를 쳤다. "특종 하나 드릴까요"라며 말머리를 돌린 그는 새로운 얘기를 꺼냈다.

"재테크 방법이 궁금하시죠.주식은 하지 않습니다. 땅도 좀 있고 아파트도 있죠.낚시를 하면서 알게 된 사람의 소개로 5년 전부터 수산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과메기로 유명한 포항 구룡포에 야구장만 한 바다를 방파제로 막아 전복양식을 하고 있어요. 은퇴 후를 고려해 시작했는데 연간 50만마리를 팔죠.개당 5000~1만원,㎏당 8만원을 받고 국내외에 팔고 있습니다. "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