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늘 가슴에 품고 산다는 조웅래 선양 회장(52)이 최근 함안군청을 방문해 하성식 함안군수(59)를 만났다. 하 군수가 기업인 출신 행정가라 두 사람의 대화는 함안을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한 경영전략 협의를 벌이는 것 같았다.

하 군수는 함안에 관광객과 기업을 유치해 삶의 질을 높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좋은 자연환경을 갖춘 함안의 장점을 살리는 한편 이를 국내는 물론 해외에 알리는 작업이 강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 사람은 함안의 명소인 악양루와 남강변 악양둑방에서 함안의 현안과 발전방향에 대해 2시간 정도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조 회장=악양둑방은 언제 봐도 멋집니다. 이 둑방은 338㎞로 전국에서 가장 길어 모두 연결만 되면 제주 올래길과 같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제가 3년 전 이곳에서 마라톤이나 걷기 행사를 하면 좋겠다고 군에 건의했습니다. 옛 아라가야의 고향 함안의 스토리텔링 작업도 가능하고요.

▼하 군수=회장님 덕택에 올해 '에코싱싱 둑방마라투어'를 두 번째로 실시했죠.6000여명이 참가했습니다. 보리밭과 유채꽃이 만발해 좋은 분위기였습니다. 앞으로 군데군데 단절돼 있는 둑방을 모두 연결시켜 걷기대회도 하고,경비행기와 패러글라이딩 학교도 운영할 계획입니다.

▼조 회장=함안이 고향인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외지에 나갔습니다. 의외로 다른 지역 사람들은 '함안군'과 '함양군'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기업홍보도 중요하지만 함안만이 가질 수 있는 가치를 발견해 전국에 알려야 합니다. 기업은 물론 지자체도 홍보가 정말 중요합니다. 살기 좋은 도시가 되려면 인구가 늘어나야 합니다. 먹을거리도 있어야 하고,사람들이 몰려와 돈을 쓰도록 해야 합니다. 걷기대회를 봄에 하는데 가을에 하면 효과가 나을 것 같습니다. 참가자들이 벌판에 누렇게 익은 벼를 보면서 운치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 군수=저는 1990년부터 기업하면서 함안에 터를 잡았는데,일찍 고향을 떠난 조 회장님이 저보다 함안을 더 잘 아는 것 같습니다. 안그래도 가을에 열기구 축제 등을 열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 회장=군수님,저는 어릴 적 둑방 저끝에서 잉어와 붕어를 잡았습니다. 그때는 비가 많이 오면 물이 둑방으로 넘쳐 다른 친척집으로 피난을 가기도 했습니다. 정말 한이 서린 둑방이었죠.이제는 농업에 도움이 되고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효자로 변신한 것 같습니다.

▼하 군수=그렇습니다. 물이 넘친 덕택에 땅에 영양분이 많아 수박 멜론 등이 일본에서도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함안의 GRDP(지역 내 총생산)은 2007년 3만2000달러였는데 기업 입주가 이어져 2009년에는 5만달러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강에 배를 띄워 좋은 경치를 상품화할 계획입니다. 이웃 지역과도 협의해 양 지역을 오가면서 교류도 하고,관광객도 유치할 생각입니다.

▼조 회장=기업인 출신 행정가라 목표치도 높을 것 같습니다. 기업할 때와 행정할 때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하 군수=사실 기업할 때는 공무원들을 부정적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공무원들 중에는 열심히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공무원이 보람과 자부심을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직무교육과 살아가는 방식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미래 먹을거리를 찾아내는 방법도 교육하고 있지요.

▼조 회장=르노삼성자동차 물류센터가 함안에 정착했다는데 이후에도 기업은 많이 오는지요. 실제 함안은 창원 부산 등 대도시와 가까워 기업들이 선호할만한데요.

▼하 군수=기업은 투자가치가 있을 때라야 투자하지 않습니까. 함안은 토지 값이 3.3㎡당 60만원대로 대도시의 5분의 1 가격입니다. 최근 칠서공단 분양은 끝났고 태곡과 부목 인근 지역에 공단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중견기업 유치로 1만개 일자리를 창출할 것입니다. 인구 20만명의 도시로 만들어나가는 기틀을 잡고 있습니다.

▼하 군수=축구장이 보이네요. 축구 좋아하십니까. 지난해 국민을 감동시킨 여민지 선수도 함안대산고 소속입니다. 여자축구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를 유치할 계획입니다. 함안 스포츠타원에 축구장 5면이 조성돼 있고 경남FC가 사용할 축구전용구장 2면도 조성 중이죠.

▼조 회장=함안은 축구 전통이 있습니다. 저희 형님(조갑래)도 동래고를 나와 국가대표까지 했습니다. 함안에 훌륭한 축구 출신이 많지요. 유명한 선수가 많이 오면 관광산업과 도시 명성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기초단체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여 관련 행사를 연결시키면서 집중적인 홍보를 펼쳐나가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함안=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