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의 새로운 응용 분야를 국내 연구진이 개척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1세기 프런티어사업 나노메카트로닉스기술개발사업단의 지원을 받은 이학주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 안종현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이 '그래핀 나노고체윤활막'을 개발했다고 14일 발표했다.

고체윤활막은 통상적인 윤활유를 쓸 수 없는 초고밀도집적회로, 초소형기어 · 하드디스크 등 미세 전자기계시스템(MEMS)이나 항공우주부품에 사용되는 일종의 코팅제다. 그동안 이산화황몰리브덴 흑연 등이 주로 쓰였다. 그러나 나노미터(㎚)두께의 고체윤활막은 실험실에서만 만들 수 있었을 뿐 실제로 공정과정에서 사용할 때는 한계가 적지 않았다.

연구진은 구리 또는 니켈 박판 위에 탄소를 포함한 가스를 흘려 그래핀막을 성장시키는 방법으로 10㎚ 이하 두께인 고체윤활막을 만들었다. 이어 이를 가로 7㎝, 세로 7㎝ 크기의 대면적으로 합성하는 데에도 성공, 기존에 수십 마이크로미터(㎛)정도의 넓이로만 만들 수 있었던 한계를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그래핀이 코팅되지 않은 산화규소막과 용융실리카 사이의 마찰계수가 원래는 0.68이지만 구리에서 성장시킨 그래핀을 산화규소막에 코팅시킨 경우 용융실리카와의 마찰계수가 0.23으로 감소함을 실험을 통해 보였다. 또 니켈에서 성장시킨 그래핀을 산화규소막에 코팅시킨 경우 용융실리카와의 마찰계수는 0.12로 더 감소함을 입증했다. 보통 그래핀은 니켈 구리 코발트 루테늄 이리듐 등 다양한 금속 표면 위에서 성장시켜 막을 얇게 떼어내 사용하며, 최근에는 터키 연구진이 금 표면 위에서 그래핀을 처음으로 성장시켰다고 보고한 바 있다.

연구진의 이번 성과는 '나노임프린팅 리소그래피 공정'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공정은 마치 도장에 인주를 발라 찍는 것처럼 나노 크기의 미세회로패턴을 다양한 방법으로 전자제품에 전사시켜 나노구조물을 만드는 신기술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현재 나노임프린팅 리소그래피공정에서 점착방지막은 보통 자기조립증착방식을 사용하는데 이는 여러 번 전사가 진행되면 막이 사라지는 단점이 있다"며 "본 연구를 통해 개발한 그래핀 윤활막은 이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윤활분야는 누구나 그래핀의 응용분야로 쉽게 생각할 수 있었지만 실제로 증명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에 따르면 그래핀 관련 시장은 2030년 6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며 이 중 그래핀 코팅막 관련 시장은 7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연구성과는 나노분야 저명 학술지 'ACS 나노'지 5월호에 실렸다.


◆ 그래핀

graphene. 탄소원자가 2차원 평면상에서 벌집모양의 육각형으로 결합한 최초의 '2차원 결정'이며 1층의 두께는 약 0.3㎚(나노미터)에 불과하다. 기계적 강도가 다이아몬드의 2배에 달하고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류가 잘 흐르며 단결정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전자를 빨리 이동시킬 수 있어 '꿈의 신소재'라 불린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