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이에서 클럽 주인으로,신용불량자에서 다시 벤처회사 사장으로….젤리버스라는 낯선 이름의 벤처회사를 이끌고 있는 김세중 대표(32 · 사진)의 다채로운 이력이다.

김 대표는 '큐브로(qbro)'라는 스마트폰용 사진촬영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해 거침없는 기세로 해외 시장을 질주하고 있다.

◆세계가 인정한 기술력

이 앱은 4월 둘째주 홍콩,대만,중국 등 중화권 애플 앱스토어에서 주간 기준 인기 앱 순위 1위에 오르더니 지난달에는 영국,스페인,네덜란드 등 유럽 지역에서도 주간 순위 1위에 올랐다. 지금까지 1위에 오른 나라 수만 16개국에 달한다. 유료 앱인데도 두 달여 만에 100만건이 다운로드됐다. 이 회사가 지난해 내놓았던 '미니DSLR'이라는 앱 역시 한국의 티스토어에서 1위에 올라 있다.

젤리버스가 만든 앱이 뜬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기존 사진편집 앱들이 가진 단점을 보완했기 때문이다. 아이폰 버전으로 출시한 큐브로의 경우 다섯 가지의 다양한 이미지 처리를 0.5초 내에 할 수 있다. 기존 앱보다 기능은 많으면서 처리 속도는 두 배 이상 빠르다. 저장 시간도 기존 앱의 60% 수준으로 줄였다. 고급 촬영 기능을 갖췄고 이미지를 자유롭게 편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예를 들어 인물만 선명하게 찍고 배경은 흐릿하게 처리할 수 있다. 사진에 찍힌 꽃과 나무 등의 색상은 더 화려하게 바꿀 수 있다. 사진을 찍어 바로 트위터,페이스북 등에 올려놓거나 다양한 모양의 액자에 담아 친구들에게 선물로 보낼 수도 있다.

이 회사의 기술력은 소비자뿐 아니라 전문가들로부터도 인정받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테크 크런치라 불리는 '에셜론 2011(Echelon 2011)'에서 국내 벤처기업 중 최초로 'Top 10' 안에 들었다. 심사단 투표에서 4위에 올랐고,10개 기업이 경쟁을 통해 최종 1위를 선발하는 파이널 라운드에도 진출했다. 최종 우승자는 이달 말께 결정된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를 지향"

김 대표는 고등학생 때 비보이 활동을 했고 '오션'이라는 남성 5인조 댄스가수팀을 결성하기도 하는 등 개성 강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러면서도 1999년 연세대 재료공학과에 합격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대학 진학 후에도 창업을 세 번이나 하는 등 '괴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김 대표는 고객관리(CRM) 분야에서 첫 사업체를 꾸렸다. 2002년에는 홍대 거리의 한 클럽을 인수해 운영했다. 김 대표는 "비보이 활동을 하면서 연예인을 많이 알게 됐는데 연예인들을 클럽에 출연시키면 사람을 많이 모을 수 있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클럽 경영은 신통치 않았다. 김 대표는 한때 신용불량자 딱지를 달고 지내야 했다.

그때까지 정보기술(IT) 분야와는 별 인연이 없었다. 공대 출신으로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알았지만 관심도,기회도 없었다. 그러다 NHN과 넥슨에서 월급쟁이 생활을 하면서 스마트폰 사업에 눈을 떴다고 한다. 넥슨에서 온라인 게임과 웹 플랫폼 사업을 구상하던 그는 작년 3월 회사를 나와 젤리버스를 만들었다. 1인 창업 형태였던 젤리버스는 이제 10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린 벤처기업이 됐다.

김 대표는 향후 젤리버스를 엔터테인먼트 앱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동영상 촬영 앱을 출시하고 게임사업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올여름에는 미니DSLR과 큐브로를 갖고 일본 통신사를 통해 일본 앱스토어에도 진출한다. 김 대표는 "사진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을 뿐 아니라 누구나 좋아하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라며 "사진 전문가들의 PC에 포토샵이 있었던 것처럼 사진을 찍는 모든 이의 스마트폰 속에 젤리버스 앱을 넣겠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