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남자 뒤에는 위대한 여자가 있다'는 명언이 있다. 이 말은 남성이 사회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한다는 선입견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현실은 더 이상 그렇지 않다. 미국에서 진행된 다수의 연구 결과를 보면 기업의 구성원이 획일적인 경우보다 다양하게 이뤄질 때 시장점유율과 주가가 더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성별과 사회적,민족적 배경 등이 적절하고 다양하게 균형을 이루면 각종 경험과 문제해결 능력이 조화를 이룬다는 사실도 입증됐다.

그렇다면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에서 여성 임원이나 지도자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은 유교 중심의 사회문화 때문일 수도 있고,미국이나 유럽보다 여성에 대한 보육 지원이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세계 각국의 성(性) 격차지수에서 한국은 134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104위,여성권한 척도는 109개국 가운데 61위에 머물렀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는 한국 기업과 공직 사회에서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는데 다양성이 가져다 주는 중요한 경쟁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이러한 다양성의 불균형은 훌륭한 여성 인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물론 아니다. 신문이나 TV 뉴스를 보면 각종 국가 시험의 수석을 여성이 휩쓸고 여학생의 학업 성취도가 남학생보다 월등히 높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한다. 한국 여성들의 능력이 교실에서만 빛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 장악하고 있는 골프에서만 보더라도 한국 여성들의 기량을 명백히 확인할 수 있다.

여전히 많은 국가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지만,이러한 차별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국가는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가장 높은 여성 취업률을 자랑하는 스웨덴은 남녀가 평등하게 보육을 부담한다. 정부에서 육아를 지원하는 기관을 운영한다. 이 결과 80%에 이르는 높은 여성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출산율도 1.97명으로 프랑스 다음으로 높다. 한국도 국가 차원에서 출산율을 높이려고 노력하는데 여성들이 사회생활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마련된다면 출산율은 더 높아질 것이다.

글로벌 기업은 여성 인재를 보유하고 육성하는 것이 조직의 발전과 다양성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다. 필자의 회사는 직원 중 절반가량이 여성인 반면 여성 임원은 단지 20%에 불과하다. 이 비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서 지난해 3월부터 96명의 여성관리자들로 구성된 '여성 네트워크'를 발족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 사회에 여전히 '유리천장'이 존재하지만,그것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 여성들이 남성들과 어깨를 견주고 사회 리더로서의 역할을 당당히 수행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를 바란다. 다양성을 통한 경쟁력은 상호의존적인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견인할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리차드 힐 < SC제일은행장 Richard.Hill@s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