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에서 운영하는 인력개발원 8곳은 올해 1750명을 뽑았다. 이 가운데 744명(42.5%)이 대학 졸업자(중퇴 포함)다. 7~8년 전만 해도 대졸자 비율은 10%대였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마쳤지만 취업을 못해 직업훈련을 받으러 유(U)턴한 사람들이다. 지난해 인력개발원 과정을 마친 인원의 취업률은 93%였다.

14조4000억원인 전국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반값으로 만들려면 연간 7조원 이상이 들어간다. 재정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국고 지원을 늘리되 '선택과 집중 원칙'을 세워 한정된 재원을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지방 거점 국립대부터…"

포퓰리즘이 판치는 정치권에서도 국 · 공립대 우선 지원 방안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 등 경쟁력을 잃어가는 옛 지방 명문대들을 되살리면 수도권 쏠림 현상과 대학입시 과열을 막고 지역 산업도 살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부실 대학 구조조정과 퇴출이 이뤄진 뒤 국 · 공립 대학에 집중적으로 지원해 등록금을 반값이 아니라 3분의 1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반값 등록금을 전체에 지원하는 게 어렵다면 우선적으로 지방대생이나 국 · 공립대생에게 적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같은 당 김상희 의원도 "국 · 공립대 학생들에게 먼저 등록금 지원을 늘려 저소득층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상겸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괄 지원은 좋지 않고 꼭 필요한 사람에게 먼저 가도록 해야 사회적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이공계 · 마이스터고에 집중해야"

국가의 미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기초학문 분야와 산업 수요에 맞는 직업인력을 키우는 마이스터고 · 특성화고,특성화된 전문대에 대한 지원을 우선순위에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전문가들은 의대 · 법대 · 경영대 등 인기학문 분야에까지 무차별적으로 지원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한다.

한국폴리텍대(옛 기능대) 이사장을 지낸 박용웅 대한상의 인력개발사업단장은 '반값 등록금'을 포퓰리즘이자 '거꾸로 가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박 단장은 "대학 졸업자들이 취직을 못해 직업훈련을 받으려고 유턴하고 있다"며 "직업훈련 기관과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등 일자리 전문 기관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졸자를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전체의 50%가량에 불과하다"며 "반값 등록금 주장은 노동 시장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황철주 벤처기업협회 회장(주성엔지니어링 대표)은 "너나 할 것 없이 대학에 가다보니 대졸자와 고졸자가 똑같아졌다"며 "마이스터고나 특성화된 이공계 지원으로 차별화된 인력을 양성해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미국은 비즈니스스쿨이나 로스쿨 같은 프로페셔널 스쿨에는 장학금을 전혀 주지 않는다"며 "사회에 나가면 높은 연봉을 받을 사람들에게까지 반값을 적용하면 국민적 합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