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영업정지 저축은행의 후순위채권 투자자 보호를 위해 불완전판매 신고센터를 운영하겠다고 밝힌 것은 엊그제 일이다. 어제는 금융위원회가 나서 후순위채 투자자의 소송비용까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산지역 의원들이 저축은행 예금과 후순위채권 전액을 보장해 주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추진하다 빈축을 산 게 불과 한 달여 전이다. 여야가 경쟁적으로 무책임한 약속을 남발하는 것이 요즘이지만 정부까지 나서서 도대체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다.

후순위채권은 말 그대로 발행 기업이 파산하면 채권 변제에서 제일 순서가 뒤로 밀리는 것을 조건으로 팔린 채권이다. 당연히 예금자보호 대상도 아니고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받는 만큼 투자한 돈을 날릴 위험성도 크다. 그런데 당국은 후순위채권이 불완전 판매됐다는 것을 핑계로 일반 채권처럼 구제해주고 소송비용도 정부가 대준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예금보호 한도인 5000만원 초과 저축은행 예금자들까지 예금 전액을 돌려달라고 농성을 벌이는 와중이다. 어떻게 뒷감당을 하려고 제멋대로 '선심'을 쓰는지 이해할 수 없다.

더욱 황당한 일은 이 같은 후순위채 구제조치가 합당한 것인지 논란이 생기자 금융당국이 또 다시 말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후순위채에 특별한 조치를 해주는 게 아니라 불완전판매된 금융상품에 대한 일반적인 불복 절차와 이미 시행중인 국고지원 내용을 설명했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후순위채 신고센터 운영'이라는 이름으로 이틀 전 금감원이 낸 보도자료나 후순위채 소송비용 지원을 검토하겠다며 어제 금융위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는 전혀 새로운 내용도 없으면서 단지 비난을 피해가기 위한 국회답변용 둘러대기였다는 말인가.

이럴 때일수록 중심을 잡아야 할 당국이 이처럼 우왕좌왕하고 무원칙하게 이 눈치 저 눈치를 보며 그 때마다 입장을 바꾸니 '떼법'도 생기고 금융의 기강이 무너지는 것이다. 지금 온 국민의 눈이 저축은행 처리 방향에 쏠려 있다. 금융당국은 투명하고 분명한 원칙을 갖고 일을 처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