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사진)이 연일 장관과 참모들을 강도높게 질타해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민생이 어렵다"며 "장관의 입장에서 보다는 국무위원의 입장에서 몸을 던져 흔들림 없이 임해달라"고 말했다. 또 "어려울 때 흔들리고 대충해서는 안된다. 확고한 국가관을 갖고 일해달라"며 "국민과 국가의 입장에서 모든 사안을 대하면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언성을 높이진 않았으나 최근 잇단 고강도 질책과 맞물려 회의 분위기는 싸늘했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왜 연일 질타하나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정무적 판단을 갖고 일의 결과가 가져올 효과를 미리 잘 생각하면서 일을 해야 한다"며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정신을 재무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 회의에선 "어떤 정책을 시작했으면 잘 챙겨서 되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 일하는 모습을 보면 답답하다"며 "청와대와 정부 모두 종합적이고 전략적으로 일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9일엔 고용노동부가 사회적기업육성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하자 "총리실이 위원회 집합소도 아니고….위원회를 만들어 놓고 1년에 (회의) 한 번 할 거면 만들지 말라"고 질책했다. 사전 조율 과정을 거쳤음에도 부처 보고 내용이 대통령 면전에서 거부 당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대통령이 이렇게 고강도 질책성 발언을 잇따라 내놓는 이유는 뭘까. 청와대의 한 참모는 "최근 들어 부처 이기주의로 정책이 표류하거나 정치권이나 이해집단에 끌려 다니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등 장관들이 대통령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값 등록금 문제만 하더라도 당초부터 교육과학기술부가 부실 대학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주도해 나가면서 당을 이끌고 나갔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내에선 일반 의약품의 슈퍼 판매를 놓고 오락가락했던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불만도 팽배하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부처 이기주의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담겼다고 한 참모는 말했다. 현재 환경부와 지식경제부가 온실가스 관리,전기차 사업 등을 놓고 다투고 있으며 다문화 정책을 놓고선 노동부와 여성가족부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싫든 좋든 정권 후반기 레임덕의 단초가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장차관 기강 다잡기 나서

이 대통령은 장차관들에게 특명을 내렸다. 오는 17,18일 열리는 장차관 워크숍에서 민생 경제 현안에 대한 현장감 있는 아이디어를 준비해 직접 발표하라는 숙제를 준 것이다. 경찰청장엔 일선 경찰관들로부터 골목 민심을 세세하게 듣고 워크숍에서 가감없이 발표하라고 주문한 게 단적인 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형식적인 보고는 중요하지 않다"며 "실효성 있는 토론회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서 민생을 정말 걱정하고 고민하는 노력들이 보여지는 실질적인 토론이 되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한 관계자는 "워크숍은 이 대통령이 장차관의 기강을 다잡는 장(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