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콩그레셔널CC 블루코스(파71 · 7574야드)에서 16일 밤(한국시간) 개막하는 제111회 US오픈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선수는 필 미켈슨(미국)과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다. 미국 PGA투어닷컴이 우승 후보들을 선정한 '파워 랭킹' 순위에서도 웨스트우드는 1위,미켈슨은 2위에 올랐다. 도박사들도 둘을 우승후보로 꼽고 있다. 미켈슨은 준우승만 다섯 차례 한 한을 풀어야 하고,웨스트우드는 메이저 무관의 설움을 떨치는 동시에 세계 랭킹 1위 재등극을 노리고 있다.

미켈슨은 US오픈 사상 가장 많은 준우승을 기록했다. 1999년 첫 2위 이후 2002,2004,2006년 등 세 차례 '징검다리 준우승'을 했고 2009년에도 2위를 기록했다. 골프의'살아 있는 전설'아널드 파머도 2위만 네 차례(1962,1963,1966,1967),잭 니클로스 역시 2위를 네 차례(1960,1968,1971,1982) 했다. 그러나 니클로스는 최다승인 4승을 거뒀고,파머는 1960년 우승컵을 안았다.

타이거 우즈의 전성기 시절 '2인자'에 만족해야 했던 미켈슨을 두고 호사가들은 "신은 우즈에게 재능을 줬지만 미켈슨에게는 인기를 줬다"고 말했다. 미국인들은 '샷 머신'처럼 우승을 휩쓸던 우즈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고 감정적이며 실수 많은 미켈슨을 더 사랑했다. 그래서 그의 US오픈 우승을 학수고대해왔다.

미켈슨의 우승 도전은 21번째다. 이번 일요일은 그의 만 42세 생일이기도 하다. 미켈슨은 "어린 시절부터 US오픈 우승을 꿈꿔왔다"고 수차례 말해왔다.

미켈슨의 우승은 개인적인 면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최근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미국 골프의 자존심과도 연결돼 있다. '골프 황제' 우즈의 몰락 이후 작년 말부터 웨스트우드,마르틴 카이머(독일),루크 도널드(잉글랜드) 등 유럽 선수들이 득세하고 있다. 세계 랭킹 '톱10'에 든 미국 선수는 4위 스티브 스트리커,5위 미켈슨,6위 매트 쿠차 등 3명에 불과하다.

미국 선수들은 지난해 미켈슨의 마스터스 우승 이후 메이저 우승컵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1994년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모두 놓치기도 했다. 당시 스페인의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이 마스터스에서 우승했고,남아공의 어니 엘스가 US오픈,짐바브웨의 닉 프라이스가 브리티시오픈과 PGA 챔피언십을 잇따라 제패했다.

우즈 이후 최고의 실력자로 평가받는 웨스트우드는 지긋지긋한 메이저 무관의 꼬리표에 시달려왔다. 그는 인터뷰 때마다 메이저 무승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더 이상 그 질문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랭킹 2위 웨스트우드는 이번 우승으로 첫 메이저 타이틀과 랭킹 1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사냥해 진정한 '황제' 등극을 노린다. 웨스트우드는 지난 11차례의 메이저 대회에서 5차례 '톱3'에 진입하는 상승세를 보였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