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4일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국제 구리가격은 t당 1만179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개월여가 지난 5월2일 코스피지수도 2228.96으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국내 증시와 비철금속 가격은 뚜렷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조정을 받는 동안 구리값도 떨어졌다. 13일 구리 가격은 8896달러로 고점 대비 12.60%(1283달러) 하락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코스피지수와 구리값은 어떻게 움직일까. 금속 가격 움직임에서 국내 증시 전망의 힌트를 얻어봤다.

◆높은 상관도는 제조업 산업구조 때문

전문가들은 비철금속 가격과 코스피지수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이유를 국내 산업구조에서 찾았다. 제조업 비중이 높다 보니 수요 증가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은 해당 기업들의 가동률 증가와 업황 호조를 뜻한다는 것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아 다른 나라보다 세계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도 이유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데 대부분 제조업에 쓰이는 소재가 구리"라며 "시차는 있지만 구리와 코스피지수는 거의 비슷한 추세로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경기가 좋아질수록 비철금속 수요가 늘어나므로 국제 비철금속 가격은 세계 경기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며 "국내 경제구조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비철금속 가격에 대한 민감도는 세계경기에 대한 민감도로 바꿔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종별 '궁합' 맞는 금속 따로 있어

비철금속으로 묶이지는 않지만 특정 업종의 상황이나 전망을 나타내는 금속도 많다. 희귀 금속인 로듐은 백금류와 함께 귀금속으로 분류된다. 유해가스인 이산화질소를 산소와 질소로 분해하는 로듐은 전 세계 생산량의 80%가 자동차 배기가스 저감장치에 쓰인다. 똑같이 저감장치에 들어가지만 전체 생산량의 28%만 자동차에 쓰이는 플래티늄보다 자동차 수요와 상관관계가 높다.

로듐은 다른 금속과 달리 파생된 금융상품이 없어 수급 상황을 더 투명하게 반영한다. 로듐 가격은 중국 자동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2008년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탔다.

로듐 가격이 고점을 찍고 내려온 작년 4월 이후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주가 상승에도 제동이 걸렸다. 로듐값이 완만한 회복세에 들어선 9월부터 자동차주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절연체로 쓰이는 납은 가전제품 관련 종목과 상관관계가 높다. 알루미늄은 건설자재 수요가 많아 건설업황을 일부 반영한다. 니켈은 해상 구조물에 쓰여 조선주와 상관관계가 높았지만 올 들어 공급량이 늘어나며 조선주의 회복세와는 반대로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구리값은 저점,코스피지수도?

금속 가격을 토대로 본 코스피지수의 흐름은 어떨까. 우선 구리값은 이달까지 조정을 거친 뒤 7월부터 서서히 회복될 전망이다.

원자재 정보업체 코리아PDS의 손양림 연구원은 "20일 유럽 재무장관 회의와 30일 미국의 2차 양적완화 공식 종료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구리값은 추가 하락할 전망"이라며 "글로벌 수요가 꾸준한 만큼 하반기부터는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에 쓰이는 플래티늄과 팔라듐 가격이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이들 금속은 파생상품 등 투기적 수요가 유입되는 품목이라 글로벌 유동성의 위험 선호 현상이 여전하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노경목/김유미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