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가 어제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B에서 CCC로 3계단 또 낮췄다. 이미 정크(쓰레기) 수준인 신용등급이 지급불능(디폴트)이 걱정되는 최악의 등급으로 추락한 것이다. 이로써 그리스는 국가 신용등급이 매겨진 126개국 중 가장 낮은 등급을 받게 되었다. S&P는 그리스가 3300억유로(4730억달러)에 달하는 채무를 재조정하면서 민간 채권단에 분담을 강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돼 '사실상의 디폴트'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부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그리스 위기는 본란에서도 누차 지적했듯이 포퓰리즘 정치에다 유로존 울타리에서 과대평가된 경제와 고통분담을 감내할 의사가 없는 사회분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든든한 지원과 엄호를 받고도 백약이 무효인 실정이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유로의 저금리가 역내 자산거품을 만들면서 구조개혁을 지연시켜 왔고 생산성에 비해 과도한 임금상승 등의 역효과로 이어졌다며 이제는 유로 탈퇴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할 정도다. 만약 그리스가 아시아나 중남미에 속했다면 부도가 났어도 오래 전에 났을 것이란 지적이다.

그리스 사례는 결코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국내에선 복지국가 모델로 흔히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을 꼽지만 이들은 인구가 수백만명에 불과해 사회 갈등구조가 우리와는 전혀 다르다. 주목할 대상은 오히려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이른바 PIGS 국가들이다. 정치 · 사회구조가 불안정해 쉽게 포퓰리즘에 휩쓸려 오히려 우리와 유사하다. PIGS 국가들이 돼지라고 핍칭(逼稱)되며 세계의 골칫거리가 된 것은 십수년간의 복지퍼주기의 종말이라는 공통된 특징을 보여준다.

주요 정당들이 뒷감당도 못할 복지 공약을 경쟁적으로 남발하는 것이 지금의 한국이다. 국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빚이 많으면 결국 파산에 이른다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어제 지적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러다 그리스 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