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 유치한 지자체가 비용 분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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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선진화재단ㆍ한경 토론회
개발공약과 지역갈등
'수혜자 부담 원칙' 도입땐 소모적 갈등 줄어
내년 총선 뒤 개발공약 검증기구 검토할 만
개발공약과 지역갈등
'수혜자 부담 원칙' 도입땐 소모적 갈등 줄어
내년 총선 뒤 개발공약 검증기구 검토할 만
대형 국책사업을 유치한 지방자치단체는 개발 비용을 분담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 이후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개발공약검증기구를 설립,공약의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반도선진화재단과 한국경제신문은 14일 '개발공약과 지역갈등'을 주제로 월례토론회를 열고 선거 때 남발되는 무분별한 개발공약이 지역 갈등과 국론 분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국책사업 비용 지자체 분담해야"
신도철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국책사업 유치가 공짜 선물이 되지 않도록 비용의 상당 부분을 지자체에 분담시켜야 한다"며 "국책사업 입지로 선정된 지역이 기피시설을 함께 가져가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책사업 유치에도 일종의 '수혜자 부담 원칙'을 도입해 이익을 얻는 만큼 비용도 치르게 하자는 것이다.
비용이 뒤따르면 지역 정치인과 주민들은 해당 사업이 지역에 꼭 필요한 것인지 깊이 생각하게 되고,그런 과정을 통해 지역 간 갈등의 소지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신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가격을 지불하고 물건을 사는 시장거래에서는 소모적 갈등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역 주민들이 치르는 비용이 없으니 일단 사업을 따 놓고 보자는 식의 경쟁이 벌어진다"며 "정부도 지자체도 무책임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강태규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실장은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등 혐오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을 위해 보상 차원의 지원책을 마련하듯이 국책사업이 시행되는 지역에 비용을 부담시키면 지역 간 경쟁이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 직후 공약 검증 필요
개발 공약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기구를 만들어 내년 총선과 대선 후에 가동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교수는 "정치인이 선거 공약을 남발하고 이로 인해 지역 갈등이 일어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공약을 검증하는 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급조되는 공약이 많아 선거 전에 검증이 어렵다"며 "선거 후에라도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필요한 사업과 그렇지 않은 사업을 가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에서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전문가들이 선거 직후 공약을 검증,68%만 추진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취소했다"고 말했다. 강정모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는 "대형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정책 담당자 실명제를 실시해 사업의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것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원 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일정 규모 이상의 개발 공약에 대해서는 선거 후보자나 정당이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 등을 담은 제안서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 분권 강화도 검토해야
신 교수는 "지금처럼 지자체의 권한과 재원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지자체가 중앙정부로부터 하나라도 더 받아내는 일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지자체에 권한과 책임을 주고 지역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자체 권한을 확대하기에는 주민들의 신뢰가 아직 부족하다"며 "인내를 갖고 지방 분권화를 추진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은 지방 분권이 이뤄지더라도 정부의 기획 및 조정 기능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장은 "중요한 국책사업은 국토 종합개발이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정부가 결정해야 할 일"이라며 "정부가 책임을 회피한 채 지자체끼리 협의하라고 하니 지역 간 무한투쟁이 벌어진다"고 비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