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신용등급이 디폴트(채무 불이행) 직전 수준까지 추락하면서 유럽발 금융위기 가능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가뜩이나 미국과 중국의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부진한 상황에서 그리스 재정위기가 인근 국가로 전염될 경우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에 버금가는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그리스 채무 재조정 의견 교환

그리스의 신용등급이 'CCC'로 떨어지자 금융시장은 요동을 쳤다. 14일 신용등급 강등 직후 그리스의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8.36%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리스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올 들어 두 번째로 연17%대까지 치솟았다.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구제금융을 받은 포르투갈과 아일랜드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각각 연10.66%와 연11.34%를 찍어 유로화 사용 이후 최고치로 급등했다.
불안감이 확산되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들은 이날 그리스 지원을 위한 긴급 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채무 재조정 방식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등 난항을 겪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독일은 기존 그리스 국채를 만기가 더 긴 새 국채로 교환하는 '스왑'방식을 요구하고 있지만 유럽중앙은행(ECB)과 프랑스를 비롯한 상당수 회원국은 이 경우 그리스가 사실상 디폴트 상태로 내몰린다며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CB 측은 채무 재조정 방안으로 채권단이 자발적으로 새 국채를 사들이는 '롤오버'방식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이날 회의 참석 전 "금융기관과 민간투자자들이 동참할 경우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2차 그리스 지원에 독일도 참여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제2의 리먼 사태 사전 차단 주력

유럽의 재정위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켰던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같은 초대형 악재로 번질 것이라는 전망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민간 채권단이 손실을 감수하면서 채무재조정에 참여하는 문제 등을 놓고 독일과 ECB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그리스가 제2의 리먼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피치의 국가신용평가 책임자인 데이비드 릴리는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지면 스페인 등 인근 유럽국가에도 충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이날 "유럽 재정위기는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3개국에 국한되며 EU와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으로 다른 국가까지 전염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