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한테는 뭐라 않으면서 왜 공공기관만 비난하는 겁니까. 업무추진비쯤은 세부내역을 공개 안해도 되잖아요. "(기획재정부 관계자)

최근 '공공기관 경조사비 실태조사' 취재를 위해 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인 '알리오'에 접속했다. 공공기관의 경영현황을 인터넷에서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재정부의 설명과 달리 알리오는 곳곳이 허점투성이였다. 올라 있는 경영정보는 부실하고 무성의한 것이 상당수였다.

부실했던 항목 중의 하나는 기관장 업무추진비 내역이었다. 적지 않은 기관장들이 쌈짓돈처럼 업무추진비를 써왔던 관행이 아직까지 남아 있어서인지 공공기관들은 제대로 된 공개를 꺼리고 있었다. 사용내역이 '업무협의','유관기관 간담회','직원 사기진작' 등 포괄적인 항목으로만 돼 있어 업무추진비가 실제 어떻게 사용되는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남부발전은 연간 270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쓰면서도 '업무협의 외 몇 건' 식의 무성의한 공개로 일관했다. 심지어 특정 공공기관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안에도 '업무추진비'라는 항목 하나만 달랑 올려놓은 곳도 있었다. 업무추진비가 많고 적은 것은 그 다음 문제였다.

더욱 놀랄 만한 일은 알리오를 관리하는 담당부서인 재정부 평가분석과 관계자의 반응이었다. 그는 "경영정보 공시가 의무이긴 하지만,그 안에 들어가는 내용에 대해선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단지 정보를 올려놓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대기업은 놔두면서 왜 이리 공공기관만 닦달하는지 모르겠다"며 볼멘 소리를 했다. 그는 "얼마 되지도 않는 업무추진비에 대고 뭐라고 하는 건 공공기관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고도 했다.

그가 간과한 게 있다. 공공기관의 업무추진비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다는 점이다. 일반 기업과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 없다. 한 해 65억원가량인 공공기관의 업무추진비는 공공기관 전체 예산과 비교하면 적은 돈일지 모른다. 그러나 규모를 떠나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하는 것이 맞다. "왜 우리만 갖고 뭐라고 하나"라는 정부 관계자의 말이 걱정스런 이유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