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19대 총선부터 실시되는 재외국민 투표는 잘 정착될 것으로 봅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편투표 도입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합니다. "

제12회 세계한인회장대회 첫날인 14일 권영건 재외동포재단 이사장(64 · 사진)은 "올해 한인사회의 화두는 재외국민투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권 이사장은 대회장인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재외동포들이 투표에 대해 관심은 뜨겁지만 현행 제도로는 부담이 커 그만큼 불만도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2008년 취임해 세계 680개 한인회를 총괄하는 일을 4년째 하고 있다. 한양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안동대 총장,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을 거쳤다. 오는 17일까지 열리는 세계한인회장대회 운영위원장을 맡고있다.

"생업에 종사하는 재외동포가 재외국민선거법에 따라 평일에 선거명부를 등재하고 투표를 하기 위해 두 차례나 자신의 돈을 들여가며 투표소에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제도를 고쳐야 합니다. "

권 이사장은 세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재외동포들이 원하는 것은 우편투표나 선상(船上)투표,그리고 순회투표소 설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13개 주를 관할하는 미국 시카고 총영사처럼 지역은 넓지만 공관 수가 적어 투표에 어려움을 겪는 국가가 많다"며 "이를 위해 법무부와 선거관리위원회,외교통상부 등 관할 기관의 협의를 거쳐 국회가 법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편투표를 실시하고 있는 이탈리아는 재외선거 투표율이 40%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권 이사장은 "주민 10만명의 지역구에도 바람 잘 날 없는데 우리 재외동포는 인구 700만명인 176개의 '거대 지역구'"라며 "투표를 통한 재외동포 권익과 지위 향상을 위해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재외국민 투표 도입에 따라 한인사회의 분열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원래 선거가 있는 곳은 복잡하게 마련"이라며 "처음 겪는 일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행착오는 염두에 두고 있으나 한인회장들에게 선진 선거문화의 모범을 보여달라고 부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각지에 있는 한인회를 총괄하다 보니 갖가지 해프닝도 벌어진다. 내부 분쟁이 있는 '시끄러운' 한인회는 지원금을 끊고 대회 참가도 금지시키지만 재단 몰래 한국에 왔다가 행사장에서 발각되는 한인회장도 많다.

권 이사장은 "동포 50명으로 구성된 '미니' 한인회가 있는가 하면 짐바브웨 한인회장은 비행기를 세 번 갈아타고 올 만큼 열의를 보였다"며 "이번 대회는 80개국 382명의 한인회장이 참석한 역대 최대 대회"라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