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비싸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무거웠던 대형주들이 중 · 소형주보다 더 큰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조정장에서 중 · 소형주보다 활발한 '손바뀜'이 일어나는가 하면,대내외 변수에 대한 민감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대형주의 출렁임이 커지면서 코스피지수의 등락폭도 확대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4일 28.09포인트(1.37%) 오른 2076.83으로 마감한 것도 낙폭이 컸던 대형주들이 급반등한 덕분이다.

◆'차 · 화 · 정' 급반등

초반 눈치보기를 하던 이날 증시는 중국의 5월 경제지표가 예상을 소폭 웃돌았다는 소식과 함께 기관 매수세가 유입되며 오름세로 방향을 틀었다. 외국인(474억원)과 개인(4435억원)은 동반 매도했지만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한 기관이 371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장중 발표된 중국의 5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시장 예상치(13.2%)보다 높은 13.3%를 기록했다.

자동차 화학 등 기존 주도주를 중심으로 대형주들이 급반등했다. 현대차가 23만6000원으로 4.19% 뛰었고,기아차도 3.39% 올랐다. 금호석유(6.90%) 한화케미칼(6.28%) 호남석유(4.09%) SK이노베이션(4.09%)뿐 아니라 삼성전자 삼성SDI 등 정보기술(IT)주들도 오랜만에 상승 행렬에 동참했다.

오재열 IBK투자증권 이사는 "중국 경제지표 발표로 투자심리가 다소 안정된 가운데 하락폭이 컸던 대형주들에 기관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기술적 반등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대형주에 대한 쏠림현상이 지속되면서 대형주 주가가 과거에 비해 증시 주변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13,14일 이틀 동안 5.8% 오르면서 지난주 하락폭(7.6%)의 상당 부분을 메웠다. 기아차 호남석유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신일평 대우증권 연구원은 "변동성을 나타내는 대형주지수의 '베타계수'가 작년 말 이후 1.04~1.06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며 "이는 중형주지수(0.75)와 소형주지수(0.52)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베타계수가 1보다 크면 코스피지수보다 변동성이 더 크다는 의미다.

◆대형주 손바뀜도 잦아

유가증권시장의 월간 상장주식 회전율은 작년 12월 26.14%에서 지난달 18.06%로 낮아졌다. 반면 시가총액 회전율은 11.84%에서 12.24%로 높아졌다. 증시 전반의 거래는 줄었지만 주가가 비싼 대형주들의 손바뀜은 오히려 잦아졌다는 뜻이다. 조정장에서 중 · 소형주에 매수세가 몰리며 회전율이 높아졌던 과거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자문형 랩 등 기관화된 자금 비중이 늘면서 과거 거래가 뜸했던 대형주들도 하루 거래대금이 조단위로 커진 탓"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자금인 자문형 랩이 대형주 위주로 매매하면서 대형주 거래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권혁상 푸르덴셜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운용사들은 벤치마크를 뒤따르기 위해 대형주 위주로 매매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형주의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섣부른 추격매수는 자제해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증시 반등 국면에서는 기존 주도주들의 강세를 기대할 만하지만 지속성을 확인하기까지는 섣부른 종목 교체를 삼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