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부산지역본부 3곳은 올해 들어 전국 33개 지역본부 가운데 영업성과 평가에서 1~3위를 휩쓸고 있다. 여 · 수신과 각종 금융상품 판매 실적이 좋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부산지역본부가 나란히 최고 실적을 거뒀다는 것은 그만큼 현지 경기가 괜찮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부산지역 경기가 활황세를 띠면서 현지 고객을 잡기 위한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은행마다 앞다퉈 부산지역에 영업력을 집중하는 한편 부유층을 공략하기 위한 프라이빗뱅킹(PB) 확충에도 나섰다.

◆은행들 "부산지점 늘려라"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지난주 부산을 방문해 현지 거래업체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행장은 부산 내 각 지점을 방문해 영업 확대를 독려했다. 우리은행은 이에 따라 다음달 부산 중구 롯데타운 부지 인근에 PB점인 투체어스점을 신설한다. 해운대 마린시티 지역에도 PB 점포를 추가로 열 예정이다. 거액 자산가가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외국인 고객들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나은행은 하반기 중 해운대 지역에 점포를 새로 개설한다. 부산지역 일부 점포를 고급화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역시 지점 확대를 검토 중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최근 해운대 중앙지점에 자사 최대 스마트뱅킹 영업점을 열었다.

대구 · 경북지역에서 주로 영업을 벌였던 대구은행은 부산을 핵심 공략지로 삼고 있다. 하춘수 행장은 "부산 울산 창원 등 동남권 공략이 올해 핵심 목표"라며 "현재 영업점이 4개뿐인 이곳에 내년까지 5개를 신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의 '터줏대감' 격인 부산은행 관계자는 "부산이 다른 곳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수도권 중심 은행들도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지역 밀착 경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가대교 개통 효과까지

부산에서 은행들의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부동산 조선 해운 등 현지 경기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어서다. 덕분에 전체적으로 은행권 여 · 수신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부산지역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3조2563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2.4% 증가했다. 이는 서울(1%)은 물론 지방 평균(0.9%)을 2~3배 웃도는 수준이다.

수신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부산은행의 총 수신액은 2009년 22조4076억원에서 작년 말 25조6300억원,지난달 말 26조8370억원으로 뛰었다.

부산 강서구 가덕도와 거제시 장목면을 잇는 8.2㎞ 거가대교가 지난해 말 개통되면서 '부산경제권'이 커진 것도 주요 이유로 꼽힌다. 부산시 관계자는 "거가대교와 부울고속도로 등 교통시설 확충으로 작년 부산시 인구가 15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며 "수도권이나 해외에서 오는 투자 문의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