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김홍일)는 부산저축은행그룹 로비 담당 임원들로부터 서갑원 전 민주당 의원과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양 그룹 부회장(59 · 구속기소) 등 그룹 대외로비 담당자들의 입이 열리기 시작해 검찰의 정치권 로비 수사가 곧 본격화될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관련자들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김양 부회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2008년 10월 전남도 순천시 소재 박형선 해동건설 회장(59 · 구속)의 별장 앞에서 서 전 의원에게 현금 3000만원을 쇼핑백에 담아 주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08년 당시 그룹이 약 550억원을 투자한 순천시 아파트 사업의 인 · 허가를 받기 위해 그룹 측이 서 전 의원에게 로비용으로 금품을 제공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 전 의원은 "그룹에서 금품을 받은 적이 없고,순천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며 "박형선 회장과 아는 사이긴 하지만 김양 부회장을 따로 만난 적은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서 전 의원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올해 1월 대법원에서 벌금 1200만원 형이 확정되면서 18대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양 부회장의 측근인 브로커 윤여성 씨(56 · 구속기소)는 청와대 정무비서관 출신인 김해수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에게 "2008년 부산저축은행그룹 특수목적회사(SPC)의 인천시 효성지구 개발사업 인 · 허가를 도와달라"며 수천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장은 2008년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를 거쳐 2009년 비서관을 맡았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3~4년 전부터 윤씨를 알고 지내긴 했지만 윤씨에게 청탁이나 돈을 받은 적은 없으며,효성지구 개발사업 회사 관계자들도 모른다"고 해명했다.

한편 검찰이 지난 9일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63)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강도 높은 조사를 한 이후 재소환을 하지 않는 배경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원장을 돌려보낸 후 "참고인 신분으로 다시 부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상당한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첫 소환 후 5일이 지났는데도 재소환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전 원장이 그룹에서 금품을 수수한 구체적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검찰이 애를 먹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원장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완수 변호사는 "9일 이후 재소환 통보가 없지만 김 전 원장은 혹시 있을 소환에 대비해 대기 중인 상태"라면서 "첫 소환에서 금감원 검사 연기는 규정에 따른 것이었고 아시아신탁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충분히 소명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