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물펀드들이 출시된 지 4년여가 지났지만 대부분 원금을 밑도는 부진을 보이고 있다. 최근 1년 수익률도 세계 최대 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비해 낮아 수익률 회복이 더딘 편이다.

14일 펀드평가사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당수의 국내 물펀드는 설정일 이후 10~20%대 손실을 보고 있다. 2007년 물펀드 바람을 일으킨 '삼성글로벌워터증권1(A)'은 2007년 4월12일 출시 이래 수익률이 -25.17%로 부진하다. '한화글로벌북청물장수증권1(A)'과 '산은S&P글로벌워터증권A'도 -13%대로 원금에 못 미치고 있다.

원금이 반토막 난 펀드도 있다. 한국투신운용의 '한국투자워터증권1(A)'은 올 들어 3.82% 하락해 2007년 5월8일 펀드가 만들어진 후 46.81%의 큰 손실을 입었다. 한국투신운용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과 신흥시장에 절반씩 투자했는데 작년 하반기부터 중국을 포함한 신흥시장이 조정을 보인 탓에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신흥시장 비중을 높게 유지한 것이 수익률 악화의 주요 원인이었다는 설명이다.

이들 펀드는 전 세계 수자원 관련 사업을 하는 주식에 투자하는 해외 주식형펀드다. 상하수도 회사나 이들을 지원하는 인프라구축 기업,생수를 포함한 최종 소비업체 등이 투자 대상이다.

물펀드는 2007년 4월 '중국인이 씻기 시작했다'며 물 부족 상황을 겨냥해 잇달아 출시돼 2007년 말 설정액이 5500억원을 넘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익률이 급락하며 채권혼합형펀드를 제외하면 대부분 원금을 까먹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1년 수익률도 해외 물 관련 펀드에 비해 부진하다. 국내 물펀드 1년 평균 수익률은 13.25%로,물 관련 ETF 중 세계 최대인 '파워셰어글로벌워터(PIO)'의 1년 수익률(19.83%)에 크게 못미쳤다. '한국투자워터증권1(A)'의 1년 수익률은 3.21%,'삼성글로벌워터증권2(A)'는 환차손으로 인해 8.33%에 그쳤다.

물 펀드 출시 운용사들은 중장기 투자를 권했다. 이경식 삼성자산운용 싱가포르법인 포트폴리오매니저는 "물 관련 테마는 중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며 "물 부족 사태는 예고된 문제여서 관련 기업들의 가치는 꾸준히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007년 판매사의 권유에 이끌려 자신의 펀드 자산 중 지나치게 많은 규모를 투자했다면 일정 부분 다른 해외 펀드로 갈아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