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사실상 모든 초 · 중 · 고교가 주5일 수업을 실시하게 됨에 따라 교육 현장의 패러다임이 바뀔 전망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3월 전국 초 · 중 · 고교 학생과 학부모,교사를 대상으로 주5일 수업제 전면 시행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교사의 96.3%,학생의 79.9%,학부모의 66.9%가 찬성했다.

하지만 학생 돌봄 역할 강화와 사교육 유발 등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나홀로 학생' 등에 대한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며 "주5일 수업에 학교운영위원회 심의와 교육감 승인이라는 조건이 붙어 학교 간 불균형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참교육 학부모회의 장은숙 회장은 "중산층 이하 가정에서는 토요일에 자체적으로 양질의 체험활동을 시켜줄 여유가 없는 곳이 많다"며 "자녀를 학원에 맡기는 사례가 더 많아질 것 같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시행되나

올 2학기부터 여건이 되는 초등 및 중학교를 골라 시범 운영한다. 시 · 도교육청별로 10% 안팎의 초 · 중학교가 그 대상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주5일 수업은 학생 자녀를 둔 대다수 국민들의 생활패턴을 바꾸는 중요한 정책인 만큼 전면 자율 도입에 앞서 시범 운영을 통해 적합한 교육과정 운영 모델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모든 초 · 중 · 고에서 주5일 수업이 자율적으로 도입된다.

다만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친 뒤 시 · 도교육감 승인을 얻도록 했다. 시 · 도별로 여건이 다양하고 학교 구성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게 교과부 설명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모든 초 · 중 · 고교가 일시에 주5일 수업에 들어가지 않고 지역에 따라 일부 학교에서는 시행 시기가 다소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학력저하 문제는 없나

연간 수업 일수가 현재의 '205일 안팎'에서 '190일 이상'으로 줄어든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시행령(제45조)은 초 · 중 · 고교의 수업 일수(등교일)를 220일로 정하고 10% 이내에서 감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교과부는 오는 8월 말까지 시행령을 고칠 계획이다.

수업 일수가 줄어들더라도 수업 시수(시간)는 현행대로 유지된다. 2009년 12월 고시된 현행 '2009 개정 교육과정'은 주5일 수업 전면 시행을 고려해 만들어졌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교장 재량 수업일을 16일에서 20일로 늘려 학습 결손을 보완하도록 했다"며 "방학을 줄이고 주중 수업시간을 약간 늘리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교육 방지 대책은

교과부는 학생들이 토요일에 학원 등 사교육업체로 몰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토요일 방과 후 학교와 돌봄교실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의 '토요 돌봄교실' 운영을 전체 초등학교와 특수학교로 확대하기로 했다. 농산어촌 학생들을 위해 거점학교 및 교육지원청 단위의 토요 돌봄교실도 운영하기로 했다. 교과부의 돌봄교실(6877실)은 물론 보건복지부의 지역아동센터(3260개)도 활용할 방침이다.

토요 방과 후 학교도 전체 학교로 확대하기로 했다. 예 · 체능 중심의 특기적성 분야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운영하되 중 · 고교에서는 교과 관련 프로그램도 만들기로 했다. 학교 내 토요 스포츠클럽 강습을 늘리고 스포츠리그를 만드는 등 '토요 스포츠데이'도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 300명 수준인 토요 스포츠강사를 내년에 2000명으로,2013년에는 5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