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결국 산은금융지주의 우리금융 입찰 참여를 불허하는 '결단'을 내렸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1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나와 '금융위원회의 입장'을 읽어내려갈 때 회의에 참석한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산은지주 관계자는 "위원장이 회장께 미리 이런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안다"며 "그렇다고 해도 금융당국의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에 아쉬운 대목이 많다"고 전했다.

사실 산은지주가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금융당국은 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김 위원장은 수차례 "(산은지주도) 인수 희망자의 하나"라고 말해 금융당국이 시장의 의심어린 시선에도 불구하고 입찰 참여 자체를 막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금융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강 회장이 독단적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청와대와 금융당국과의 교감 아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맞는 말"이라고 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부정적인 여론과 국회의원들의 강력한 반대 때문이다. 강 회장은 사석에서 "한번도 제대로 된 토론 없이 비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무렵 청와대도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들은 강 회장의 위상 때문에 섣불리 나서지 못했지만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돼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한 관계자는 "(위원장은) 당초엔 산은지주에도 입찰 기회를 줘야 한다는 생각이었지만 정무적인 측면도 감안해야 한다는 윗선의 입장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고 털어놨다.

금융위가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을 미룬 것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금융당국은 당시 관계부처 회의까지 거치면서 자회사 편입을 승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국민 정서'를 중시한 청와대의 입장 때문에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자꾸 금융정책이 다른 변수에 휘둘리면 문제가 더 꼬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 금융당국의 정책이 먹혀들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류시훈 경제부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