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14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에 정부가 반대한다면 이를 따를 것"이라며 "애초부터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는 정부와 협의했던 사안이지,산은지주가 단독으로 추진했던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점심 식사를 위한 정회 시간에 '정부 입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사안인가''메가뱅크가 필요한 게 아닌가' 등 수차례의 질문에도 "노코멘트"라고만 답했다.

차에 올라타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정부 여당이 너무 정책적인 판단 없이 여론만 살피는 게 아닌가라고 묻자 "왜 그럴 때는 우리를 안 도와줬습니까"라고 했다. 그동안 여론이 산은지주,특히 강 회장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던 데 대한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오후 회의에선 "산은지주는 그동안 외환은행 인수도 시도했고,다른 외국 금융회사 인수도 추진했었는데 정부가 동의해주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입찰 참여가 불가능해지면 산업은행의 민영화는 사실상 어렵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시장에선 강 회장 취임 이후 추진한 우리금융 인수가 물거품이 됨에 따라 산업은행 민영화도 요원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산은지주는 당초 우리금융을 인수한 뒤 산은지주를 상장하고,산은지주와 우리금융을 합병해 정부 지분을 현재의 100%에서 50%대로 낮춘다는 이른바 '동시 민영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입찰 참여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산은 민영화는 2014년 5월 말까지 1주 이상만 팔면 되는 산업은행법에 규정된 일정을 따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 회장 취임 전으로 상황이 회귀한 셈이다.

한편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산은지주로의 인수가 무산되자 안도했다는 후문이다. 이 회장은 이날 임원들에게 "다행스럽지만 지주회사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전했다.

류시훈/조재길/허란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