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이민간 뒤 현지 한인회 활동을 통해 기반을 마련,본국 정계에 진출한 정치인이 적지 않다. 뉴욕 한인회장과 미주지역한인회 총연합회장을 지낸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박 전 원내대표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기 전까지 미국에서 가발사업으로 성공했으며,미주 상공인 총연합회 회장을 맡았다. 그의 한 측근은 "박 전 원내대표는 주말에 골프도 안 치고 사업에 몰두해 30대 후반에 아메리칸 드림을 일궈냈다"며 "한국에서 온 주재원,외교관 가운데 박 전 원내대표에게 신세 안 진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혁규 전 열린우리당 의원도 1974년 미국 이민을 떠나 벨트 파우치 사업으로 성공했다. 김 전 의원은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측근인 최형우 전 의원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거쳐 민자당 및 한나라당 소속으로 민선 1~3기 경남도지사(1995~2003년)를 지냈다.

역시 1970년대 도미한 김경재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월간 사상계 편집자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미국 현지에서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조원진 한나라당 의원은 중국 한인회 부회장 출신이다. 베이징에서 곡물,철강 무역업을 했던 그는 "베이징,상하이,칭다오 등에 한국학교를 설립했다"며 "특히 중국 전역으로 한인회를 조직하는 데 힘써 전국한인체육대회도 열었다"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