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행장 김용환 · 사진)은 국내 기업의 대형 플랜트 수주와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해 1990년대 후반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에 뛰어들었다. 수출입은행(이하 수은)은 현재까지 35개국,59개 기관과 업무 협약 또는 공동협조융자 약정을 체결했다. 올해는 투자금융회사,다자개발은행 등 전 세계 50여개 기관이 참여하는 국제 콘퍼런스도 개최할 예정이다.

수은은 광범위한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금융 주선과 자문을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는 금융 자문 활성화를 위한 전담조직인 금융자문실(가칭)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 국내 상업은행이 희망하는 경우 해당 은행과의 인력 교류를 통해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 지원 경험을 공유하고 금융 주선과 자문 역량도 함께 확충해 나갈 예정이다.

◆아프리카 최대 PF 성사시켜

수은은 각국 ECA(공적 수출신용기관) 및 국제상업은행 등과 협력하면서 대형 해외 플랜트 사업에 대한 금융 전문성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이집트 ERC 프로젝트는 수은이 국제 금융기구 및 각국 ECA의 참여를 주선해 성사시킨 아프리카 최대 PF 사업이다. 이 사업은 이집트 민간 투자사와 국영석유공사(EGPC)가 카이로 인근에 연산 500만t 규모의 고급 정유제품 생산설비를 건설 · 운영하는 것으로 2007년 GS건설이 22억달러의 EPC 계약을 수주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제상업은행의 대출 참여가 어려워져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수은은 2010년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유럽투자은행(EIB) 등 국제기구와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일본보험공사(NEXI) 등 ECA를 대주단에 참여시킴으로써 PF 방식으로 24억달러의 자금 조달을 주선해 프로젝트를 성사시켰다.

◆녹색산업의 수출산업화 촉매

원가 절감 및 고부가가치 기술력과 더불어 향후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 확대를 위해서는 거액의 장기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금융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 수은은 과거 해외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 지원 등으로 축적한 노하우를 살려 금융 주선(Arrange) 등의 투자은행(IB) 업무를 더욱 강화해 민간 부문 자금 조달의 촉매 역할을 할 계획이다.

수은은 이와 함께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등 녹색산업의 수출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그린 파이어니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수은은 프로그램 이행에 필수적인 금융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풍력 발전사업이 대표적이다. 수은이 사업 전 단계에 걸친 금융 제공으로 성공적인 해외 시장 진출에 촉매 역할을 했다.

◆희토류 확보에도 총력

해외 자원 개발 분야는 고위험 · 고수익이란 특성 때문에 국내 금융사의 참여가 활발하지 않았다. 수은은 이런 가운데서도 그동안 정책적 금융 지원 노력을 지속해 왔다. 최근에는 중국이 전 세계 수요량의 95% 이상을 생산하는 등 채굴 지역이 극히 일부에 편중돼 있는 희토류 확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분야 지원도 늘리고 있다.

희토류는 희유금속의 한 종류로 LED,2차전지 등 녹색산업 관련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원료광물이다. 수은은 희토류 등 핵심 희유금속을 '녹색자원'으로 지정하고,탐사사업 지원 비율을 100%로 확대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