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대우건설에 고난의 시기였다.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는 부동산 침체로 이어져 국내 주택부문 최강자였던 대우건설에 직격탄이 됐다. 과도한 레버리지(차입)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위기가 닥친 것도 악재였다. 대우건설은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서 이를 타개하는 데 많은 역량을 소모했고,결과적으로 건설업 자체의 경쟁력을 상당부분 희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역경을 거치고 난 2011년은 대우건설이 산업은행으로 편입된 뒤 첫 번째 성적표를 시장에 보여줘야 하는 시기다. 총 3조2000억원의 인수대금을 투입한 산업은행과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대우건설 모두에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경영정상화 가속도 예상

힘든 시기를 겪어온 대우건설은 올해부터 빠른 정상화 과정을 보이며 가파른 실적 향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한다. 우선 2008~2010년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 됐던 주요 요인들이 작년 말까지 대부분 정리돼 이에 따른 효과가 올해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작년 한 해에만 미분양 주택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관련 잠재부실을 총 8765억원 손실 처리했다. 올해부터는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와 주택 관련 충당금이 낮아지게 돼 작년과 같은 대규모 영업적자(-3625억원)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또 수익성이 나쁜 해외 공사들도 마무리되고 있다. 원가율이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카타르의 나킬랏 수리조선소 등 해외 대형 공사가 작년 말 완공단계에 이르면서 올해부터 진행되는 해외 악성공사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 번째로는 해외수주 확대에 따른 성장성 확보가 예상된다. 2009년 해외수주액은 3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0.5% 급증했지만,작년에는 해외 대형 공사 현장에서의 매출인식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한 해 전보다 10% 감소했다. 올해부터는 아랍에미리트 루와이스 정유시설,모로코 조르프 라스파발전소,알제리 비료공장,나이지리아 가스시설 등을 포함해 해외 공사가 활발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세 번째는 커지고 있는 산업은행과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다. 그동안 자금조달 난항을 겪었던 사업들이 재개되고,산업은행의 국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신규 개발사업이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대우건설의 성장전략은 이미 구체적인 성공사례들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대우건설은 산업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총 사업비 2조원이 넘는 광교 파워센터 PF 사업을 따냈다. 지난 10여년 동안 지연돼 왔던 베트남 하노이 신도시 개발사업도 산업은행이 PF에 2억달러의 대규모 지원을 계획하고 있어,연내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요인들을 감안해볼 때 대우건설은 2011년 이후 가파른 실적 정상화 과정을 밟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사업으로 무게중심 이동 중

이처럼 대우건설에는 긍정적인 재료들이 적지 않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우려가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업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핵심요인인 부동산경기의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점이 큰 난제다. 부진한 업황의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전통적으로 주택부문 강자였던 대우건설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된다.

또 경쟁사들이 중동시장에서 활발하게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과 비교해 대우건설은 중동에서의 경쟁력에서 밀린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대우건설의 사업 구성은 이미 국내 주택보다 해외부문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2007년 전체 매출의 39%를 차지했던 주택사업은 2011년 21%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부문 매출비중은 16%에서 36%로 2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PF 지급보증 잔액이 3조7000억원으로 대형 건설회사 중에서 가장 많은 데 대한 우려도 나오지만,이 역시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남더힐 PF를 지난 4월 상환하는 등 대형 PF사업장에서 속속 사업이 착수되고 있어서다. 또 대규모 미착공 PF사업장이었던 김포 한강신도시가 4월에 분양을 시작했고,김포 풍무도 올 하반기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강점을 지닌 해외지역은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다. 사실 아프리카 지역은 중동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 큰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를 역으로 말하면 대우건설은 이런 지역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다른 업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주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올해 1분기 실적에서 대우건설의 턴어라운드에 대한 신호는 이미 확인됐다. 1분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1% 감소한 1조5836억원이었지만 원가율 회복과 판매관리비 개선으로 영업이익은 39.3% 증가한 720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이후에도 견조한 실적흐름이 지속된다면 시장에서는 대우건설의 이익정상화 과정에 더 많은 기대를 갖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는 과거 3년의 부진에서 벗어나 다시 재도약을 준비하는 대우건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고 판단한다.

조동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 dongpil.cho@merit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