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한류 이끄는 공기업] 한국석유공사, 해외기업 M&A…세계 40위권 석유기업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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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갈 길이 아주 멉니다. 국내에서 하루에 쓰는 원유 250만배럴 중 이제 겨우 10% 조금 넘는 물량을 우리 손으로 확보했을 뿐입니다. "
강영원 한국석유공사 사장(사진)은 작년 10월 영국 석유탐사기업인 다나 페트롤리엄의 적대적 인수 · 합병(M&A)에 성공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강 사장은 2008년 8월 취임 이후 자본금 확대와 해외업체 인수 등을 통한 석유공사 대형화에 힘쓰고 있다. 그는 "세계 70위권 자원기업 규모로는 여전히 해외 M&A 시장에서 명함을 내밀기 힘들다"며 "해외 기업 M&A를 통한 대형화 전략으로 우선 회사 몸집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25개국서 210개 석유개발 사업
석유공사는 석유자원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핵심 전략지역을 중심으로 석유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25개국에서 210개 해외 석유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 유형별로는 원유 생산사업은 55개,개발사업 12개,탐사사업 143개 등이다.
2008년 6월 석유공사 대형화 방침이 정해진 이후 원유보유 매장량은 5억4000만배럴에서 현재 13억배럴로 늘었고,하루 원유 생산량도 5만7000배럴에서 20만배럴로 확대됐다. 국가 석유 · 가스 자주개발률도 2007년 4.2%에서 2009년 9%로 2년 만에 두 배 이상 상승한 데 이어 작년에는 최초로 10.8%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석유공사는 해외 생산광구 지분 인수 및 석유개발 기업 M&A를 통해 2020년까지 하루 원유 생산량 67만배럴 수준의 세계 40위권 석유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강 사장은 "석유 자원은 국가경제 질서 유지 및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필수 불가결한 전략 자원"이라며 "해외 M&A 시장에서 유리한 협상 고지에 오르기 위해 꾸준히 석유공사의 대형화를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다나 인수로 아프리카 진출
석유공사는 2009년 이후 페루 페트토렉,캐나다 하베스트,카자흐스탄 숨베 등 해외 자원탐사 · 개발 기업을 잇따라 인수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작년 인수에 성공한 영국 다나 페트롤리엄은 국내 기업의 첫 해외 적대적 M&A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석유공사는 다나사 인수를 통해 그동안 국내 자원개발 업체에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유럽 북해와 아프리카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나사는 영국 북해와 북서 아프리카 등 14개국 36개 지역에서 하루 5만3000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중국 인도 등 주요국 국영 석유기업과의 인수 경쟁을 통해 굵직굵직한 인수건을 성사시킨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지역본부 단위 독립채산제 도입
석유공사는 작년 12월 조직의 대형화 추세에 맞춰 지역별 본부 체제를 도입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기존 신규탐사본부,개발생산본부 등 2본부로 구성된 석유개발 사업부문을 아시아 미주 유럽 · 아프리카 본부 등 3개 본부 체제로 바꿨다. 아시아 본부에는 지역별 탐사를 전담하고 신규 사업을 발굴할 아시아 탐사처와 지역별 개발 · 생산사업을 지원하는 아시아 생산처를 신설했다. 인수 회사 관리 및 지역 내 사업을 주로 지원하게 될 미주 유럽 · 아프리카 본부에는 세부 지역팀을 둬 업무 효율을 높여나가기로 했다.
또 직무 성격으로 나눠 운영하던 조직을 지역 중심으로 바꿔 장기적으로는 지역본부 단위의 독립채산제 방식을 도입할 방침이다. 해외 석유기업 M&A 등으로 늘어나게 된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투자회사를 총괄하기 위한 포트폴리오팀을 만들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지역별 사업 추진 기반이 구축된 만큼 지역본부별 경쟁을 통해 경영효율성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