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원대 역외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선박왕' 권혁 시도상선 회장과 국세청이 '압류 전쟁'을 벌이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권 회장의 홍콩 회사인 CCCS(CIDO Car Carrier Service)의 운영자금이 들어 있는 국내은행의 홍콩지점 계좌를 압류해 세금을 추징하려고 했다. 자동차 운반선 50여척을 보유한 CCCS는 유럽계 해운회사에 선박들을 빌려주고 용선료를 받는 회사다.

하지만 권 회장이 이에 반발하며 지난달 말 홍콩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홍콩 법원은 최근 "해당 은행은 즉시 CCCS의 은행 계좌에 대한 모든 압류 조치를 중지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홍콩 사법당국이 법률상 홍콩 기업인 CCCS에 대한 한국 국세청의 세금 추징을 용인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국세청은 또 30만달러가량이 들어 있는 권 회장의 홍콩 내 월급계좌도 압류했으나 권 회장은 이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CCCS가 자동차 운반선을 빌려준 유럽계 해운회사를 상대로 용선료 압류를 추진하고 있지만 권 회장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홍콩법원의 이번 결정은 현재 국세청과 권 회장 간에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압류 전쟁'의 시작에 불과하다. 지난 4월 초 국세청은 권 회장에게 4100억원의 세금을 낼 것을 통보했고,권 회장은 이를 거부했다. 권 회장은 특히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의 자문을 받아 이달 말까지 조세심판원에 불복 청구를 낼 예정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