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Master China Business] (3) 신세대 증권전문가 궈쑤화(郭樹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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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 중국 큰손들엔 70점…아직 잘 안 알려졌다"
삼성 LG 현대 정도만 겨우 알려졌다고 보시면 돼요. 여기 '큰손'들은 나스닥이나 타이완 홍콩 베트남 같은 신흥시장에서 노다지를 캘 생각을 하고 있어요. "
신세대 증권 전문가로 요즘 한창 상한가를 치고 있는 궈쑤화 씨(郭樹華 · 33)는 "중국 부자들이 한국 증시에 앞으로 많이 투자할 것 같느냐"는 질문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가 말하지 않은 다른 대기업 그룹들 이름을 대봤지만 '부즈따오(不知道 · 모른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자신이 직접 분석한 '종목'이 아니면 자기 의견을 내지 않는 증권 분석가다운 반응이었지만 신문 인터뷰용 답변으로선 다소 의외였다. 그는 "한국 증시가 선진국도 아니고 신흥시장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 있는 게 문제"라며 "한국 기업의 매력도는 100점 만점에 70점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중국 투자자,신흥시장도 노다지 꿈꿔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의 일원으로 부상하면서 중국 큰손들의 한국 투자에 대해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다. 그러나 중국 현지 증권가에서 만난 전문가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세계 증권시장이 열리면서 지역적 근접성은 오히려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중국의 증권시장이 20여년 역사밖에 없기 때문에 대규모 자본을 원하는 큰 회사들은 나스닥이나 홍콩증시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보충설명이었다.
그러나 한국 증시를 전혀 모른다는 건 사실 겸양이었다. 한국 산업과 증시에 대한 총평을 부탁하자 기다렸다는 듯 자신만의 관점을 펼쳐보였다.
"한국의 산업구조는 중국과 비슷하다. 제조업 비중이 높다. 한국은 2차산업 가운데 전자 · 전기 기계 철강 에너지 등에 역점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상장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고 비용도 낮다. 한국의 수수료는 공모금의 5~7%로 홍콩과 싱가포르의 8~12%,미국과 유럽의 10~15%에 비해 절반 수준밖에 안된다. 또 상장수속 비용도 다른 나라 거래소보다 저렴하고 상장 후 재융자도 상대적으로 편리하다. "
그러나 이런 이해에도 불구하고 개별 종목에 관해서는 실제 잘 알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실제 그만의 투자 포트폴리오에는 한국 기업이 거의 들어 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충분했다.
#떠오르는 유망 직업,증권 분석맨
한국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안 가져 섭섭(?)했지만 그에게선 중국 증권맨뿐만 아니라 비즈니스맨들의 미래가 보이는 듯했다.
하얼빈대에서 국제무역을 전공한 그는 2003년부터 띠이창예(第一創業)증권 베이징 영업부 애널리스트로 근무하고 있다. 베이징BTV-5경제채널과 중국국제경제TV 등 유명 매체에 고정 출연하며 이름을 날렸다. 그의 일상은 한국의 증권맨들과 다를 게 없다. 각종 보고서를 샅샅이 뒤져 연구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포착했을 때는 관련된 자료를 열심히 수집한다. 중국 정부 사이트와 각 상장사 홈페이지,그리고 신문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세상을 읽는다. 일과 생활을 철저히 구분해 하루 정확히 딱 8시간만 일한다. 여행을 즐기고 혼자 점심도 자주 먹는 편이며,스타벅스에 앉아 커피를 즐기며 투자 기회를 골똘히 짚어보는 게 취미다. 상당한 고액연봉자로 알려져 있지만 연간 수입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중국은 한국과 비교하면 이제 증권회사들이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잠재력은 풍부한 편이다. 2009년 현재 증권사 수는 106개이고 직원들은 증권회사 펀드관리회사 증권투자자문기구를 다 합해 15만1000명 정도다. 그 가운데 증권 거래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12만7000명으로 전체 증권맨의 84% 수준이다.
중국 증권사는 고객들을 본사가 관리하는 체제를 취하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투자고문 책임제'다. 투자고문이 손님을 모집하면 애널리스트들이 업종과 종목에 관한 분석 강의를 제공한다. 궈씨가 직접 관리하는 고객은 100명 정도지만 간접관리하는 고객을 합하면 2만~3만명이 그의 영향력 밑에 있다.
증권분석사는 졸업한 뒤 회사에서 3년 이상 경력을 쌓은 뒤 자격시험을 볼 수 있고,7과목 가운데 3과목 이상 합격해야 분석사 일을 하며 분석 강의도 할 수 있다. 현재 중국 전역에 8만명 정도의 분석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연봉이 높아 '1등 신랑감'으로 꼽힌다고.
#정부 정책 읽어야 살아남는다
중국 증시의 독특한 특징을 알아보기 위해 중국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묻자 우리가 대부분 모르는 이름이 돌아왔다. 정부 관련 인사로는 리룽룽(李榮融) 국무원 국자위(國資委) 주임을 들었다. 또 우리의 증권협회 회장에 해당하는 상푸린(尙福林) 증권회 주석과 저명한 경제학자인 우찡렌(吳敬鍊) 등이 중국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라고 꼽았다.
앞으로 증국의 증권시장 전망과 관련해서는 중국 경제의 안정된 발전에 힘입어 변화가 심하지만 상향 조정될 것이며,10~20년 동안 국제금융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중국 증권시장의 중요한 과제로는 보다 다양한 자본이 유입될 수 있는 진일보한 자본시장 건설과 증권시장의 대외 개방 이슈를 들었다.
증권 투자로 어떻게 돈을 버느냐는 질문에 그는 원론을 강조하는 듯한,그러나 핵심적인 답변을 들려줬다. "국가 거시정책에 대한 연구와 판단이 중요하다. 중국의 많은 금융 개혁이나 발전 방향은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정책 가이드를 잘 보고 판단해야 한다. 거시적 경제 추세를 제대로 읽고 기업의 미시적인 면을 꼼꼼히 살피면 불패(不敗)의 위치를 잡을 수 있다. "
그의 '내공'을 점검하기 위해 질문 몇 가지를 던져봤다. 그의 응수는 빠르고 간결했다.
▼증권과 부동산의 관계는.
"중국의 경우도 한국과 비슷하다. 증권과 부동산은 널뛰기의 관계다. 일반적으로 자본시장이 좋을 경우 자금은 부동산시장에서 자본시장으로 흘러들고,부동산시장이 좋을 경우 자금이 자본시장에서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든다. 같이 좋은 경우는 거의 없다. "
▼석유값과 증권은.
"석유는 기초성 자원으로 그 가격변동이 국민경제나 물가수준,그리고 관련 업종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완성품 유가가 올라가면 석유정제업은 직접적 수익이 늘어 관련 회사의 주가도 상승한다. 이들 회사의 덩치가 있는 만큼 주가지수는 올라가게 돼 있다. 그러나 거의 대다수의 다른 주식가격은 오히려 떨어지게 된다. "
▼금리가 주식시장에 주는 영향은.
"금리 변동은 증시 하락장과 상승장에서 다른 영향을 미친다. 전체적으로 볼 때는 금리가 올라가면 악재이고 내려가면 호재다. 그러나 단기적인 영향으로 보면 항상 그런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상승장에서 은행이 이자를 올리면 증시는 약세로 시작해서 강세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
#'중국의 박현주'를 꿈꾼다
궈쑤화 씨는 최근 중국에서도 '작전세력'이 심심찮게 적발된다며 '일확천금'을 노리다가 '패가망신'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속속 증권계로 진출하면서 미래는 밝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자신을 포함해 많은 젊은 증권맨이 "'한국의 그 사람' 같이 세계적인 투자가로 커가는 꿈을 키우고 있다"고도 말했다. 혹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을 말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궈씨와 얘기를 나누며 내내 한국 기업들이 '헛물'을 켜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중국 일반인의 투자를 자문하는 이런 분석가들이 한국 대표기업들에 대해 너무 관심이 적은 것 같아서였다.
이런 상태에서 한국이 가깝다는 이유로 중국 자본을 끌어들이기에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착각이 아닐까. 다만 중국 증시가 아직 한국 시장을 모른다는 것은 거꾸로 보면 새로운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다. 잠재력이 제대로 알려지면 한국에서 '노다지'를 찾으려는 중국 '큰손'들이 늘어날지도 모른다는 기대에서였다.
도움말=양재완 중화회 회장
권영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