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종욱 대우건설 사장과의 인터뷰는 8박9일 해외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지난 14일 오후 이뤄졌다. 하루 3시간만 자는 강행군이었음에도 그는 귀국하자마자 서울 광화문 사옥으로 출근했다. 서 사장이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말레이시아 3개국을 돌면서 가장 중시한 것은 직원들과의 스킨십이었다. "발주처와 현장 방문일정을 소화하면서 짬 날 때마다 질의응답 시간을 갖거나 술잔을 기울였다"고 했다. 그는 "건설회사의 미래 먹을거리는 해외시장에 있다"며 "직원들과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 해외 시장입니까.

"일본 건설사들의 전철을 밟으면 안 됩니다. 이들은 국내 시장에 안주했습니다. 해외시장 진출 기회를 놓친 것이죠.국내 발주 물량이 줄자 급격히 사세가 위축됐습니다. 우리 건설사들도 국내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기 전에 해외로 나가야 합니다. 국내 물량만 쳐다보고 있다가는 망합니다. 성장하는 나라를 찾아 가야죠."

▼외국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승산이 있습니까.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업체들은 플랜트 시장에서 힘을 잃고 있습니다. 가격 경쟁력 문제죠.중국 등 후발주자는 아직 기술과 실적이 한국 기업들에 미치지 못하고요. 우리나라 업체들이 가장 경쟁력이 있습니다. 요즘 한국 건설업체들이 플랜트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

▼리스크도 많을 텐데요.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는 극복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다른 컨트리 리스크는 통제할 수 있을 정도로 경험과 기술을 쌓았습니다. 현지인들과 네트워크도 탄탄하게 구축했고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돌발 위기가 두려워 도전을 포기할 순 없죠.다만 해외 비중을 지나치게 높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국내와 해외 사업비중을 50 대 50 정도로 맞춰 나갈 겁니다. "

▼국내 업체끼리 다퉈 덤핑 수주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대우건설은 절대 덤핑 경쟁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 공사 물량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당장 굶었으면 굶었지 후배들에게 부담을 떠넘기지는 않을 작정입니다. 국부 유출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고요. 그러다보니 해외 공사 수주건수가 기대치를 밑돈다는 지적도 있지만,장기적으론 정도를 걷는 업체가 이길 겁니다. "

▼리비아 사태로 타격을 입지는 않았습니까.

"리비아는 주력시장 중 하나입니다. 다행히 리비아 공사들이 완공 단계나 초기 단계여서 미수금이 많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당초 예상했던 3억8000만달러가량의 신규 수주가 무산된 점은 아쉽죠.리비아 사태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으로 낙관합니다. 전시 상황이지만 직원들이 아직도 남아 발주처와 제3국 노동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대우건설에 대한 현지인들의 신뢰가 더욱 굳건해져 사태가 해결되면 수주 기회가 늘어날 겁니다. "

▼건설업계가 위기를 맞았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아파트 경기 호황에 취해 있었다는 점이 결정적입니다. 쉽게 돈 벌 생각만 한 거죠.아파트 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웃돌 정도였습니다. 시장 예측도 주먹구구였고요. 진작 해외시장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했는데,아쉽습니다. "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데요.

"거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규제완화를 통해 집값이 물가상승률 만큼은 오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겠죠.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고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손질해야 합니다. 그렇더라도 집값이 폭등할 염려는 없다고 봅니다. 금융규제가 시작되면 집값은 언제든 하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이 학습했기 때문이죠.과거 같은 '묻지마 투자'는 없을 겁니다. 규제 완화가 빨리 이뤄져야 전세난 등의 문제도 해소할 수 있습니다. "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얼마나 됩니까.

"3152가구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지방 주택시장이 회복되면서 미분양 소진 속도는 빨라지고 있습니다. 수도권 시장도 바닥은 친듯 합니다. 사업장별로 미분양 원인을 따져보고 차별화된 대책을 시행 중입니다만,여건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곳은 할인분양으로 빨리 털어 버리는 게 장기적으로 이익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는 없습니까.

"4월 말 기준으로 PF 보증 규모는 3조3000억원 수준입니다. 연초보다 4000억원 줄였는데,연말까지 1000억원 더 줄일 계획입니다. 보증 규모가 큰 기존 수주사업은 조기 착공과 분양으로 상환 재원을 마련하고,신규 수주사업은 대한주택보증 등을 활용해 직접 보증을 최소화할 계획입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협력해 보증 규모를 감축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

▼랜드마크 빌딩을 짓는 공모형 PF 사업은 어떻게 됩니까.

"사업 규모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대형 공모형 PF사업은 주로 부동산 거품이 절정일 때 수주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강행하면 엄청난 손실이 불가피하죠.사업성 확보가 가능하도록 지방자치단체 등이 사업조건을 바꿔줘야 합니다. 공공성이 강한 사업인 만큼 발주처도 함께 노력해야죠.그렇지 않으면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

▼산업은행이 대주주가 됐습니다.

"대우건설이 날개를 달았다고 보면 됩니다. 한때 대주주 신인도 탓에 해외 영업 때 영향을 받은 적도 있지만,지금은 그런 걱정 없이 전 세계 수주시장을 누비고 있습니다. 산업은행이 대주주가 됨으로써 시너지 효과도 클 겁니다. "

▼어떤 면에서 시너지 효과가 가능합니까.

"산업은행은 국내 PF의 80%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부가가치가 높은 민간 제안사업,국내외 개발사업 등에 공동 진출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죠.PF를 동반하는 수주시장에 많이 참여할 계획입니다. 대우건설을 최고의 건설사로 만들겠다는 대주주측 의지도 매우 강합니다. "

▼도약을 위한 신성장 동력이 필요할텐데요.

"대우건설이 비교우위 기술을 가진 분야를 적극 활용할 계획입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시화호 조력발전소 건설을 계기로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본격 공략하려고 합니다. 원자력발전소 수출에도 적극 나설 거고요. 시장 점유율이 높은 가스플랜트와 화력발전소 분야도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겁니다. "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