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 좀 '보라'…"올 여름 패션 '퍼플'은 불황의 전조?"
올해 여름 길거리에는 보라색 물결이 일 것으로 보인다. 펄 퍼플 립글로즈와 라벤더 컬러 재킷, 진보라색 운동화 등 보라색 계열 화장품 및 패션용품이 이번 여름 유행 상품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화장품·의류업계 "보라색" 이구동성
저것 좀 '보라'…"올 여름 패션 '퍼플'은 불황의 전조?"
코리아나화장품은 최근 펄감을 더한 퍼플 색상의 '글램3 슈퍼 글로우 립글로즈'를 출시하며 이번 여름에 유행할 립스틱 색상으로 오렌지색과 함께 보라색을 선택했다.

권지현 코리아나화장품 브랜드매니저는 "립스틱 색상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강조하는 퍼플 컬러가 유행할 것"이라며 "퍼플 컬러의 경우 피부톤을 화사하게 밝히고 입술을 섹시하게 보이게 한다"고 설명했다.

바비브라운은 최근 퍼플계열의 아이섀도우 세트 '피오니&파이톤 아이팔레트'를 선보여 준비한 물량을 모두 팔았다.

남용남 바비브라운 프로뷰티팀 팀장은 "코스믹라즈베리(진보라), 메탈리핑크(연보라) 등의 컬러가 인기"라며 "보라색은 얼굴에 포인트를 주고 차가운 느낌을 연출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보라색은 여성용 화장품뿐 아니라 무채색 위주의 남성용 패션까지 물들였다.

클리포드가 여름시즌 상품으로 퍼플 린넨 셔츠를 내놓은 데 이어 제일모직의 씨티 캐주얼브랜드 '로가디스 그린'은 지난달 퍼플 린넨 남성용 재킷을 출시해 한 달 만에 완판되는 기록을 세웠다.

김나라 제일모직 디자인 실장은 "네이비, 블루 색상의 린넨 재킷을 내놨던 지난해 여름과 달리 올해는 퍼플 계열의 재킷을 선보였다"며 "퍼플이 고급스럽고 개성있는 색상이어서 고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고 말했다.

'립스틱 효과' 보라색이 유행하면 불황?

그렇다면 올해 여름 쉽게 선택하기 힘든 색상인 보라색이 유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올해 여름에 보라색이 유행하는 것은 불황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경기가 안 좋을 때 여성들이 화장품 지출을 줄이려고 강렬한 빨간색 계통의 립스틱 하나만 구입한다는 '립스틱 효과'가 보라색에도 통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선옥 중부대학교 화장품과학과 교수는 "자주색 등 퍼플계열 립스틱은 깊고 강렬한 색상을 구현해 화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원포인트 컬러"라고 말했다.

불황으로 인한 보라색의 유행은 의류시장도 마찬가지다.

트렌드 분석업체 인터패션 플래닝에 따르면 유럽의 대표 브랜드인 구찌, 이브생로랑, 루이비통, 프라다 등은 유럽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올해 여름을 겨냥한 컬렉션에서 '바이올렛' 색상의 옷을 무대에 올렸다.

안수경 인터패션 플래닝 크레이티브 디렉터는 "희망과 활력을 주는 색상을 통해 장기간 지속되는 유럽의 경기침체를 극복하고자 했다"면서 "패션은 불황일 때 활력을 주는 원색으로 경기 호전에 대한 기대심리를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개성·창의 등 소비자의 새로운 감각을 대변하는 색상

저것 좀 '보라'…"올 여름 패션 '퍼플'은 불황의 전조?"
소비자들은 이미 다양한 패션 아이템을 가지고 있어 남과 다른 독특한 색상의 상품을 찾게 됐다는 견해도 있다.

리복 관계자는 "세스 고딘의 책 '보라색 소가 온다'를 보면 수많은 트렌드 속에서 주목 받으려면 눈에 띄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너무나 많은 아이템이 난무하는 때 다른 상품과 차별화 되기 위해 택한 색상이 보라색"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보라색의 경우 다른 아이템과 쉽게 어울리진 않지만 강렬한 카리스마가 있어 어떤 상품보다 시선을 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리복은 지난 4월 MBC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공효진이 신고 나와 유명해진 보라색의 '펌프 퓨리 퍼플레인'를 출시했다. 이 한정판 운동화는 준비된 물량이 두달 만에 모두 팔렸다.

안 크레이티브 디렉터는 이에 대해 "요즘 세대는 이성보다 감성을 중시해 창의적이고 개성이 강한 이미지를 내세우고자 한다"면서 "남과 다른 개성을 부여하고 유니크한 스타일을 완성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라색이 각광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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