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이 출범된 1948년 전 세계 상품무역 총액은 1210억달러에 불과했다. 물가상승 효과를 반영하지 않은 수치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입 총액 8900억달러보다도 작은 규모였다.

세계 무역규모는 1970년대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우리나라가 올해 목표로 잡고 있는 1조달러대에 진입했다. 세계 무역 규모는 이후 세계화와 더불어 급증하기 시작, 2009년에는 24조6000억달러를 기록했다. 상품무역의 20% 수준에 이르는 서비스교역까지 합하면 30조달러에 이른다.

전 세계의 최근 국내총생산(GDP)은 58조달러인데,한국의 GDP가 1조달러이고 세계 최강국 미국이 14조달러,그리고 중국과 일본은 각각 5조달러이다. GDP를 세계 교역 규모 30조달러에 비춰보면 세계 경제가 국제교역에 얼마나 많이 의존하고 있는지를 쉽게 가늠해 볼 수 있다.

세계는 이제 국제교역 없는 경제생활을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그런데 나라마다 서로 다른 상거래 관행은 국제교역의 활성화에 큰 걸림돌이다. 내국인들 간의 거래에서는 아무 문제없이 처리되던 일이 국제거래에서는 심심치 않게 큰 문제가 된다.

가령 많은 개도국들은 지식재산권에 무관심한 반면 선진국들은 엄격히 보호한다. 돌발사태로 거래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 뒤처리하는 방식도 나라마다 다르다. 적지 않은 나라들이 해외 기업의 국내 진출을 막기 위해 국내 표준을 고의로 다르게 만들기도 한다.

무역 등 국제 협력을 더욱 원활하게 수행하려면 협력업무에 관한 규칙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 합리적인 글로벌표준(global standard)을 정립하고 모든 나라가 이 기준에 따라서 협력할 때 각국은 세계화로부터 더 큰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글로벌 표준이 합리적인 것일까? 글로벌 표준은 세계무역기구(WTO)가 주도하는 다자간 협상에서 결정된다. 각국은 자국의 표준이 글로벌 표준으로 채택된다면 무척 편리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새로운 표준을 수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국에 유리한 표준이 채택되도록 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치열하게 경쟁한다.

이승훈 < 서울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