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Story] 납품단가 총대 멘 서병문ㆍSSM선봉 김경배
작년 7월 정운찬 당시 국무총리(현 동반성장위원장)가 서울 영등포의 한 식당에서 중소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참가한 중소기업인들과 수행 공무원들에겐 다소 지루한 자리였다. 이전 간담회에서 나온 건의사항과 답변이 반복됐기 때문이었다. 간담회를 끝내려는 순간 유달리 덩치가 큰 중소기업 대표가 일어나 굵은 목소리로 다그치듯 물었다. "그동안 (중소기업중앙회를) 수차례 다녀간 고위공무원들은 무엇을 한 겁니까. 도대체 변한 게 무엇이기에 같은 얘기가 계속 반복됩니까. " 총리 앞에서 정부에 대한 예상 밖의 훈계가 나오자 중소기업인들은 박수를 쏟아냈다.

박수를 받은 주인공은 중기중앙회의 '야전 사령관'으로 불리는 서병문 주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이다. 그는 직함이 많다. 중기중앙회 부회장,중소기업동반성장추진위원장을 겸직하고 있고 대기업과 첨예하게 맞부딪치고 있는 납품단가현실화분과 특별위원장이다. 중소기업의 고충 해결을 위해 대기업이나 정부와 협상하는 테이블의 맨 앞자리에 앉아 있는 셈이다. 경희대 체대를 졸업한 뒤 군에 몸담았던 그는 직설적인 말투와 단단한 논리로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동반성장지수 등 굵직한 현안에서 중소기업의 입장을 잘 관철시켰다는 평가다.

구매대행(MRO) 분야의 대 · 중소기업 협상이 잇달아 타결되면서 중소기업 입장을 잘 반영해온 '전사(戰士)'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들은 중소기업엔 혁혁한 공을 세운 공신이지만,대기업엔 눈엣가시다. 김경배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장의 '전투력'도 서 이사장 못지않은 것으로 중소기업계는 보고 있다. 대형마트들이 기업형슈퍼마켓(SSM)을 통해 골목상권으로 들어오자 슈퍼마켓을 규합해 SSM법 개정을 주도했다. 17대 국회에서 법 개정이 무산되자 수십여 차례 토론회를 열고 서울역과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강경하게 맞서왔다.

서 이사장과 김 회장이 강골 스타일이라면 허부영 신화기기 사장(산업용재협회 이사)은 끈기와 인내로 MRO 분야에서 중소기업의 뜻을 관철시킨 인물이다. MRO 사업조정 협상에 들어간 지난해 4월 이후 1년2개월여간 대기업과 마주앉아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 그는 직접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자료를 챙겼고 해외 출장을 가면 일보다 현지의 MRO 상황을 조사하는 데 일정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대기업 1차협력사까지는 허용한다'는 등 양보안을 내세우며 대기업들로부터 MRO 사업조정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들 외에 중소기업계의 대표적인 공격수로는 최선윤 연식품조합 이사장과 배조웅 서울경인레미콘공업협동조합 이사장 등이 꼽힌다. 각각 최근 불거지고 있는 중소기업적합업종 문제와 레미콘 '중기 간 경쟁제품 · 직접구매대상품목' 지정 여부 등을 놓고 대기업과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고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여론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