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슈퍼타워,송도랜드마크씨티 등 초고층빌딩 건설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둘러싼 승강기 업계의 경쟁이 뜨겁다. 국내 최고 높이인 잠실 롯데슈퍼타워(123층)에 들어갈 엘리베이터 물량은 미국 오티스엘리베이터와 일본 미쓰비시엘리베이터에 돌아갔지만 승강기 업체들은 '싸움은 이제부터'라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국내에서 추진되고 있는 100층 이상 초고층건물 프로젝트만 10여개에 이른다. 승강기 설치비용은 전체 공사비의 5~10% 수준.프로젝트당 엘리베이터 공급 물량은 500억~1000억원,모두 1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팽창하는 초고속 엘리베이터 시장

초고속 엘리베이터는 일반적으로 50층 이상 건물에 들어가는 분속 300m 이상의 엘리베이터를 말한다. 점유율 60%로 선두를 달리는 오티스를 비롯해 미쓰비시,독일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 등 외국계가 독점하고 있다. 토종업체인 현대엘리베이터는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40%대로 1위를 달리고 있으나 초고속 엘리베이터는 수주하지 못했다.

1984년 63빌딩 건설을 시작으로 초고층빌딩 건설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초고속 엘리베이터 시장도 커지고 있다. 초고층건축포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발주된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은 90채로 중국,미국 등에 이어 세계 5위 수준이다. 용산 드림타워(150층),상암DMC(133층),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110층),송도인천타워(151층),부산롯데타운(107층),해운대관광리조트(117층) 등 10여개 건물이 100층 이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0층 높이로 서울 여의도에 짓고 있는 새 빌딩에 들어갈 엘리베이터를 놓고 현대엘리베이터와 오티스가 다시 맞붙었다. 지난 2월 예비협상에서 오티스로 돌아가는 분위기였으나 현대엘리베이터 측이 재계의 상징적인 건물인 점을 내세워 이의를 제기해서다.

◆현대엘리베이터, 3강 구도에 도전장

초고속 엘리베이터 시장 점유율 1위인 오티스는 설치경험과 더블데크 제품에서 우위를 내세우고 있다. 더블데크는 이층버스처럼 두 대의 승강기를 복층으로 붙여 한번에 50여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다. 세계적으로 100여대가 설치돼 있으며 그 중 80%가 오티스 제품이다.

미쓰비시는 에너지 효율이 좋은 PM모터(동기전동기)를 쓰는 초고속 시장에서 점유율이 압도적이라고 강조한다. 티센은 트윈 엘리베이터로 고층 빌딩을 공략하고 있다. 분속 420m급 제품을 보유한 티센은 분속 540m급 제품을 개발해 경쟁 제품인 600m급 더블데크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후발주자인 현대엘리베이터는 경기 이천에 세계 최고 속도인 분속 1080m급 엘리베이터 테스트타워를 가동하는 등 기술 수준이 뒤지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