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쓰이는 코픽스(COFIX · 자금조달비용지수)가 또 상승했다. 잇따른 대출금리 상승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은행들은 예금금리를 올리는 데는 미온적이다.

전국은행연합회는 5월 잔액 기준 코픽스가 전달보다 0.04%포인트 상승한 연 3.88%로 집계됐다고 15일 발표했다. 올 들어 4개월 연속 상승세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전달보다 0.01%포인트 하락한 연 3.66%를 기록했다. 코픽스는 은행 담보대출자의 90% 이상이 기준으로 삼는 지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과거 취급한 저금리 예금이 대거 만기가 돌아온 데다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예금을 지수에 새로 반영하면서 잔액 기준 코픽스가 많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코픽스 기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잔액이나 신규 취급액 기준 중 선택할 수 있다. 통상 잔액 기준 코픽스가 시장금리에 비해 변동폭이 작고 금리 변동도 서서히 반영한다. 반면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매달 새로 조달한 자금만을 대상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금리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크다.

은행들은 양도성 예금증서(CD) 기준 담보대출의 경우 이번 주 초부터 인상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일 기준금리를 종전보다 0.25%포인트 올린 후 CD 수익률이 올랐다는 이유에서다.

우리은행의 CD연동 대출금리는 이날 연 4.86~6.3%로 지난주 평균보다 0.4%포인트 올라갔다. 신한은행 대출금리도 연 5.16~6.56%로 상승했다. 매주 목요일 CD 수익률을 기준으로 대출금리를 산정하는 국민은행 역시 이번 주말부터 금리를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CD 수익률과 연동하는 신용대출 금리도 일제히 올렸다.

하지만 예금금리를 올리는 데는 더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조정 이후 수신금리를 높이겠다는 곳은 한 곳도 없다.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논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에 자금이 풍부한 데다 돈을 굴릴 곳도 마땅치 않기 때문에 굳이 예금금리를 높여 자금을 끌어모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