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형랩 '슬럼프'에 빠졌나…수익률, 코스피 크게 밑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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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개 종목 집중 투자
조정장서 손실 더 커져
한국창의 -8%ㆍ코스모-6%
자금유입도 정체 상태
조정장서 손실 더 커져
한국창의 -8%ㆍ코스모-6%
자금유입도 정체 상태
지난 3~4월 상승장에서 높은 수익률로 주목받았던 자문형 랩이 최근 조정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한 상황에서 일부 종목의 주가가 급락해 수익률을 끌어내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5일 증권사 자문형 랩 수익률 내부 자료에 따르면 10개 자문형 랩 중 8개의 최근 1개월(10일 기준) 수익률이 코스피지수 수익률을 밑돌았다. 지난달까지 증가세를 유지해 오던 자문형 랩 잔액(순자산 기준)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자문형 랩 수익률의 높은 변동성을 잘 알고 투자할 것을 주문했다.
◆한국창의,지수 대비 2배 하락
자문형 랩 운용 자산이 1조원을 넘는 A증권사는 12개 투자자문사의 자문형 랩을 판매 중이다. 이 중 GS자산운용과 쿼드투자자문의 조언을 받는 자문형 랩을 제외하곤 10개가 지난 1개월간 코스피지수 수익률(-4.3%)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창의 자문형 랩 수익률은 -8.8%로 지수보다 2배 이상 낮았다. 레오 코스모 LS 자문형 랩도 6%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김영익 창의투자자문 마케팅부문 대표는 "모델포트폴리오(추천 종목 구성) 내 현대중공업과 OCI 삼성물산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전체 자산의 10% 이상을 투자한 OCI 주가가 지난달 큰 폭으로 빠져 수익률에 악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지난 한 주간도 12개 중 4개만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웃돌았을 뿐 나머지 8개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B증권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설정한 지 3개월 이상 된 34개 자문형 랩 중 8개를 제외한 26개(76.47%)가 지난 1개월간 코스피지수보다 좋지 못한 성과를 냈다. 이 증권사에서는 세이에셋과 아인에셋 오크우드 템피스의 자문을 받는 랩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좋았다.
이병익 오크우드 투자자문 대표는 "최근 한 달간 기존 주도주인 자동차 화학 정유주들이 흔들린 데다 조정 속에 종목별 순환매가 이어지며 자문사들의 시장 대응력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자문형 랩 잔액 감소세 전환
자문형 랩 자금 흐름에도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상위 10개 증권사의 5월 말 자문형 랩 잔액은 9조858억원으로 전월(8조4228억원) 대비 6630억원(7.8%) 증가했다. 지난달 증시 조정에 따라 순자산이 감소한 것을 반영하면 실질적으로 8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달 들어선 달라졌다. 지난 10일 자문형 랩 잔액은 8조7182억원으로 5월 말보다 3676억원(4.0%) 줄었다. 10개 증권사 중 동양종금증권을 제외하곤 9개사의 잔액이 모두 감소했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가 4%가량 떨어지긴 했지만 실질적인 자금 유입이 일단락된 것으로 파악된다. 김 대표는 "운용 자산 규모가 최근 1조3000억원대에서 정체된 상태"라고 말했다. 현대증권 관계자도 "증권업계의 자문형 랩 수수료 인하 경쟁 이후 꾸준히 들어오던 자문형 랩 자금이 이달에는 뚝 끊어졌다"고 전했다.
◆자문형 랩 변동성 인지해야
전문가들은 최근 자문형 랩의 부진을 예고된 것으로 해석했다. 시장 흐름에 발빠르게 대처해 빠질 때 덜 빠지고 오를 때 더 오른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사장은 "자문형 랩의 지나친 종목 쏠림은 주가 변동성을 키워 조정기에 더 큰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현대중공업 에쓰오일 등 대형주까지 하루 5% 이상씩 급등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원기 PCA자산운용 사장은 "자문형 랩은 상승장에서 주도주 중심으로 압축해 고수익을 내곤 하지만 하락할 때는 거꾸로 지수의 1.5~2배씩 더 빠질 수 있다"며 "고객 성향별 맞춤형 상품이라는 랩의 기본에서 벗어나 고수익을 노린 압축형 펀드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자문업계는 펀드처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것을 주문했다. 김 대표는 "1~2개월 출렁일 수 있지만 6개월이나 1년 이상 놓고 보면 자문형 랩이 펀드나 지수보다 높은 수익을 거뒀다"며 "자문형 랩도 길게 보고 투자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