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 탓…영세공장 '보금자리' 잃는다
보금자리주택사업 때문에 해당 지역 내 영세공장들이 사업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들이 반월 · 시화 등 수도권 공단으로 새 터전을 찾아나서면서 공단 내 소형 공장 임차료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사업에 따른 '풍선 효과'다.

15일 광명 · 시흥지역 중소기업계와 반월공단 부동산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보금자리주택사업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대상 지역에서 이전해야 하는 공장 및 사업장이 수천개에 달하고 있다. 서울 주변에 들어서는 총 7개 보금자리 내 이전 대상 사업장(공장 제조장 물류창고 포함)은 3541개(민주당 백재현 의원)에 달한다. 이 중 광명 · 시흥 보금자리지구에만 전체 사업장의 61.8%인 2189개가 몰려 있다.

하지만 기존 공단은 포화 상태여서 갈 곳이 없다. 공장 이전 문제가 불거지자 국회는 '보금자리주택 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인근에 대체부지를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대체부지가 턱없이 좁다는 것이다. 예컨대 광명 · 시흥 지역에 들어설 대체 공단부지는 8만2000~10만㎡(2만5000~3만평)로,이는 이 지역 등록 공장인 285개(총 9만9748㎡,약 3만평)만 입주할 수 있는 규모다. 따라서 이곳에 산재한 934개 영세 미등록 공장(총면적 46만5667㎡,14만여평)은 들어설 자리가 없다. 미등록 공장은 전체 공장의 92%에 이른다.

광명에서 주방용 세제를 만드는 선진유지의 이영면 사장은 "등록 공장은 대체부지에 입주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미등록 공장들"이라며 "대부분 종업원 10명 이하의 영세기업들로 지역 주민을 고용하고 있는 업체들"이라고 말했다.

광명시 보금자리사업단의 한 관계자도 "보금자리 특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마련되는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미등록 공장까지 대체부지에 입주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보금자리 '풍선 효과'로 인근 반월 · 시화공단의 소규모 공장 임차료는 급등하고 있다. 3.3㎡당 3만원 선에 이르는데 이는 1년 전에 비해 36~50%,지난 3월 초 대비 11~25%가량 오른 것이다.

반월 · 광명=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