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US오픈 최연소 출전자인 보 호슬러(16 · 미국 · 사진)는 8300명의 예선 도전자 가운데 합격의 영예를 안은 90여명 중 한 명.그는 첫 번째 도전에서 100 대 1의 '바늘구멍'을 통과했다. 2006년 15세로 예선을 통과한 태드 후지가와에 이어 두 번째 최연소 기록이다.
그는 이번 대회 선수 등록 때 사진이 부착된 ID카드로 캘리포니아주 산타 마카리타고교 학생증을 제출했다. 출전 선수 대부분이 운전면허증을 ID카드로 활용하지만 그는 최근 두 차례 운전면허 시험에 떨어졌다. 그는 "US오픈 예선전보다 운전면허 테스트가 더 어렵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고교 2학년인 그는 캘리포니아 팜데저트의 아이언우드골프장에서 열린 지역 예선에서 연장전까지 벌인 끝에 최종 예선전에 진출했다. 글렌데일의 오크몬드CC에서 열린 최종전에선 2라운드 합계 4언더파 138타로 공동 3위에 올라 5위까지 주는 출전권을 따냈다.
그는 연습 라운드를 통해 대선배들에게 '원포인트 레슨' 기회를 얻었다. 월요일에는 2007년 US오픈과 2009년 마스터스 챔피언인 앙헬 카브렐라와 9홀을 함께 플레이했다. 호슬러는 "엄청난 일이었다. 카브렐라가 어떻게 메이저대회를 준비하는지 지켜봤다"고 말했다. 화요일에는 PGA투어 우승 경력이 있는 카밀로 비예가스,브라이언 게이 등과 18홀을 돌았다.
잊지 못할 순간은 연습 그린에서였다. 자신의 '우상' 필 미켈슨 바로 옆에서 1시간가량 연습을 함께 한 것.미켈슨은 "네가 골프를 잘 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격려했다. 호슬러는 "미켈슨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 큰 기대는 없다. 최선을 다하며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출전으로 영어 시험을 건너뛰게 된 것도 은근히 좋아했다. 지난주엔 미적분학과 화학 시험을 봤다. 4.5점 만점에 4.3점을 얻은 그는 우수학생으로 스탠퍼드대 입학을 원하고 있다. 이번주 학교 시험을 못 보는 대신 '야디지 북' 교재를 들고 '그린 언듈레이션'과 '유리알 그린'을 분석해야 한다.
에밀리아누 그릴로(18 · 아르헨티나)는 대회장에서 연습에 몰두하고 있지만 US오픈에 출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는 대기 순번 1위다. 누군가가 기권하지 않으면 대회에 나갈 수 없어 대회장 주변에서 기권자를 기다리고 있다.
그의 연습 구역도 제한돼 있다. 첫날 8시간가량 대기했다가 결원이 생기면 한번도 연습하지 못한 코스에서 플레이해야 한다. 그는 "여기 온 것은 행복하다. 하지만 실제는 행복하지 않다"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릴로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600마일 떨어진 레지스텐시아에서 자랐다. '골프 멘토'이자 PGA투어에서 2승을 거둔 호세 케세레스와 같은 고향이다. 9월 US아마추어챔피언십을 마친 뒤 프로로 전향할 계획이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